북한이 북·중 접경지역에 테러단을 파견한 사실을 우리 정부가 공식 확인한 건 태영호 공사 탈북 이후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서다. 정부는 북·중 접경과 동남아 등지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이 납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고위 탈북자에 대한 테러 위협은 물론 최근에는 우리 국민 납치까지 시도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최근 태영호 공사 등 엘리트 탈북 증가로 북한은 내외적으로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체제 동요 가능성이 증대됐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성향, 김영철 당 중앙위 대남담당 부위원장 등 주요 간부들의 충성경쟁과 책임 만회 등의 수요를 볼 때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고위층 탈북자나 반북 활동가에 직간접적 위해를 가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로 1982년 귀순한 이한영씨는 1997년 2월 북한 공작원의 총격을 받고 숨진 바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인사들에 대한 테러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는 이런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태 공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태 공사를 “영국주재 대표부에서 일하다 자기가 저지른 범죄행위가 폭로되자 그에 대한 법적 처벌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도주한 자”로 규정했다. 그를 받아들인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인간쓰레기까지 끌어들여 반공화국 모략선전과 동족대결에 써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해외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최근 ‘고아 유괴’ 혐의로 체포한 탈북민 출신 고현철씨 등 3명도 납북된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에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돼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여러 가지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위상 추락·체제 동요 가능성 증대
입력 2016-08-21 18:13 수정 2016-08-21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