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2016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이 치러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 ‘트리플·트리플’(세 종목 올림픽 3연패)을 일궈낸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에 이어 결승점을 통과한 주자는 트레이본 브로멜(21·미국)도, 앙드레 드 그라세(22·캐나다)도 아니었다. ‘일본의 볼트’로 불리는 아스카 캠브리지(23)였다. 일본은 37초60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은메달을 거머쥐며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했다. 400m 계주 은메달은 아시아 최초의 쾌거다.
일본은 앞서 치러진 400m 계주 예선에서 37초6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중국이 가진 아시아 신기록 37초92를 0초24 앞당겼고, 볼트가 자리를 비운 자메이카에 0초26 앞서며 조 1위를 차지했다. 예선 전체 1위 미국에 불과 0초03 뒤진 전체 2위로 결선에 진출하며 파란을 예고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결선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야마가타 료타(24)가 출발 반응 속도 0초144(3위)를 기록하며 초반부터 치고 나왔다. 10초01의 100m 기록을 자랑하는 ‘에이스’ 이즈카 쇼타(25)가 선두권을 지켰다. 곡선주로에 강한 기류 요시히데(21)는 ‘앵커’ 캠브리지에게 가장 먼저 바통을 넘겼다. 볼트의 질주는 끝내 막을 수 없었지만 캠브리지는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 육상 대표팀의 선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준비된 이변이었다. 일본은 1990년대 ‘육상 단거리 육성 계획’을 세우고 유망주들에게 미국에서 선진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000년대 들어 유학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10초20 이내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다수 육성됐다. 일본은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때부터 육상 남자 400m 계주를 전략 종목으로 선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은 기록 단축을 위해 바통 훈련에 집중했다. 앞선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오버핸드 패스’가 아닌 바통을 아래에서 위로 건네는 ‘언더핸드 패스’를 채택했다. 언더핸드 패스는 오버핸드 패스보다 숙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안정적으로 바통을 넘겨줄 수 있다. 바통을 넘겨받은 주자의 상체 흔들림도 적어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일본은 합숙을 하며 바통 훈련을 한 결과 개인 기량에 의존한 다른 대표팀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일본은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집중을 통해 단거리 육상의 변방 아시아에서 최초의 400m 계주 은메달이라는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 이제 안방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슷한 신체적 한계를 지닌 한국 육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400m계주 아시아 첫 銀 지구촌 놀라게 한 일본
입력 2016-08-21 18:48 수정 2016-08-21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