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대우조선 4조 퍼붓기 부적절” 4명-“정책적 판단” 3명
입력 2016-08-22 04:00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지난해 이른바 서별관회의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번 주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의 서별관 청문회가 증인 채택 등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1일 시급하게 규명돼야 할 쟁점이 무엇인지 학계와 금융계, 산업계 전문가 8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일부 전문가는 익명을 요구했다.
가장 큰 쟁점인 대우조선 지원 문제를 두고 절반인 4명의 전문가는 부정적으로 봤다. 3명은 정책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거나 사후에 결과론적으로 따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책적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는 입장이었다. 1명은 의견을 유보했다.
금융학회장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원을 결정한 근거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돈을 빌려준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을 장부상 유지하기 위해 지원한 것처럼 명시돼 있다”며 “은행들도 손 뗄 정도의 회사라는 게 당시의 공통된 판단이었는데, 이런 회사를 지원키로 한 결정이 어떤 근거로 이뤄졌는지 설명이나 논리가 없이 지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건국대 오정근 특임교수도 “지원이 옳았느냐보다 옥석 구분이 잘 안 된 상황에서 지원이 이뤄진 게 문제”라며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한국은행 국장 출신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교수는 “이미 지원한 4조2000억원으로 1∼2년만 버티게 하면 자기가 공직에 있는 동안은 문제가 안 터질 것으로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적 입장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후에 잘 됐다, 잘못됐다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지원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이뤄졌는지 절차상의 문제에 (청문회의) 초점을 맞춰야 하다”고 밝혔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도 “조선업의 경제적 비중을 감안한 정책적 판단”이라며 “책임 추궁은 가능하지만 지원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서별관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평가는 3갈래로 나뉘었다. 모든 것을 공개하긴 어려운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현실론(오정근 교수)에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에 따라 엄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인사와 전문성 제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개선론(김원식 건국대 교수 등)을 주장한 전문가가 절반이었고, 공식화해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개선론(김정식 교수),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금융안정협의회(FSOC)를 모델로 해서 민관 합동의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개편론(전성인 김상조 교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FSOC는 금융시장의 민간 전문가가 다수를 이루면서 정부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해 최종 책임이 대통령에게 지워지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김상조 교수는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법정기구를 만들어 최소한의 기록을 유지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한은 출신 전문가는 “정부 내에서 합의한 방안을 다시 검토하는 여과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사후에라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대기업 산하 한 경제연구원은 “(서별관회의는) 잘못된 관행”이라며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부실이 확대된 과정을 규명해 낙하산 인사나 분식회계 눈감아 주기, 정치권 입김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정치 공세에 그치거나 희생양 찾기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성인 교수는 “기재위와 정무위로 나누기보다 합동 청문회가 되는 게 맞다”며 “관련 증인을 다 불러서 한자리에서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교수는 “정치적인 회의가 될까봐 굉장히 우려된다”며 “서별관회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낙하산 인사와 구조조정 절차 등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성규 백상진 나성원 조효석 기자 fatty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