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밀리면 레임덕… ‘파워게임’ 판단 朴의 마이웨이

입력 2016-08-21 18:19 수정 2016-08-21 21:1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우병우 민정수석(왼쪽 두 번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현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우병우 민정수석 지키기’와 ‘이석수 특별감찰관 정면 공격’. 여론과 정치권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같이 예상 밖 강수를 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념’인가, 아니면 ‘고집’인가.

박 대통령은 우선 현 상황을 ‘특정 언론’ 또는 ‘부패 기득권 세력’의 국정 흔들기로 인식하고,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확산되는 우 수석 사퇴 여론, 야권의 경질 압박, 여당의 교체 목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 특유의 원칙론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지난 19일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이 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현 사태의 시발점이 ‘특정 언론의 정부 길들이기’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강한 의심도 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1일 “박 대통령은 이 상황을 우 수석 개인에 대한 문제보다는 청와대를 흔들겠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렇지 않고선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계속 사퇴하라고 몰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엔 거듭된 언론의 의혹 제기와 야권의 공격이 청와대와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만큼 여기서 밀리면 임기말 여소야대 정국에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대통령의 ‘우 수석 지키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계속 나오고, 이런 목소리가 청와대에 전해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인식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계속 안고 가기에는 국정 운영의 부담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점이다. 여론과 야권의 압박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수석비서관 한 명을 지키는 것이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22일 ‘2016 을지연습’ 시작에 맞춰 청와대에서 을지국무회의와 국무회의를 잇따라 주재한다. 우 수석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우 수석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현 상황에 대해 거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게 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논란 속에서도 지난 18일 인천 월미공원 방문에 이어 20일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최근 논란과 상관없이 흔들림 없이 국정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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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