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그웨이’… 어! 공원서 타면 불법이었어

입력 2016-08-22 04:09
세그웨이 등 개인형 이동수단을 탄 시민들이 1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전동휠 운행 금지’ 등의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뒤로 하고 공원 안을 가로질러가고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이나 전동휠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로만 다닐 수 있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던 인파 사이로 ‘세그웨이’ 여러 대가 가로질러갔다. 공원 입구부터 곳곳에 설치된 대형 안내판에 ‘전동휠 운행 금지’ 표지가 선명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공원과 인접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부터 대여업체 직원 두세 명은 직접 세그웨이를 타고 대여 홍보를 했다.

2시간 동안 세그웨이를 빌려 탔다는 김모(52·여)씨는 “대여할 때 안내를 못 받았는데 지나가는 자전거족들이 불법이라고 소리를 질러 알게 됐다”며 반납을 서둘렀다. 직장인 최모(26·여)씨는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세그웨이를 타다 지난달 28일 과태료 5만원을 물었다. 그는 “함께 타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는데 아무 문제없이 대여를 해줘 불법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다들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세그웨이나 나인봇 등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PM)’을 빌려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개인형 이동수단 혹은 전동휠은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지나다닐 수 없다. 정부가 관련 규제의 개선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꼼수 대여’가 활개를 치면서 과태료를 무는 등 피해만 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도 뒷전이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수단은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오토바이처럼 제1종 보통면허나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가 있는 사람만 탈 수 있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차도로만 달릴 수 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보전·이용에 관한 기본조례에 따라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를 공원 내 차도 외 장소에서 타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한강공원 전역에 금지규정 4가지를 담은 안내 표지판 100개를 설치하고 안내 방송도 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세그웨이 등을 타다 적발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샤오미 ‘나인봇’ 등 저가 기기가 널리 보급된 데다 공원 인근 등에서 버젓이 영업하는 업체 때문에 ‘불법’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시민이 많아서다. 서울의 경우 전체 한강공원 인근에서 10개 업체가 개인형 이동수단 대여 영업을 하고 있다.

업체들을 막을 마땅한 방법은 없다. 노점 행위에 대한 조례에 따라 공원 안에서 대여하거나 대여를 부추기면 과태료 7만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공원 인근에서 영업을 하면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협조공문을 보내 한강공원 내 운행이 불법임을 고지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전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식 개선을 위해 전동휠 전용 안내판을 설치하고, 가게 앞 시설물 등에 도로무단점용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대여업체를 ‘간접 압박’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법이 바뀔 예정이기 때문에 단속하지 말라는 민원도 넣고 있다. 정부가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도로 운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개혁을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안전기준, 통행방법 등을 포함한 관리방안을 확정하고 포화 상태인 자전거도로 상황도 검토한 뒤에야 관련법이 수정될 수 있다”며 “그 사이에 국민 안전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