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결혼식 파티 중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0명이 숨졌다. 가장 행복한 날인 결혼식은 순식간에 비통한 울음소리로 가득 찬 장례식이 됐다.
미국 CNN방송은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50명이 숨지고 69명이 다쳤다고 21일 보도했다. 부상자 중 17명은 중상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2∼14세 사이 어린이가 자폭을 수행했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지안테프는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95㎞ 떨어져 있다.
터키 남부의 오랜 풍습대로 결혼식 축하연은 거리에서 열렸다. 사건 당시 영상에는 캄캄한 거리에 몰려 있는 사람들과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를 구급차에 싣는 모습이 담겼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PKK는 터키 정부와 30여년간 전투 끝에 극적으로 휴전에 돌입했으나 2년6개월 만인 지난해에 깨졌다. 지난달 군부 쿠데타 이후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재미 이슬람 사상가인 펫훌라흐 귈렌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귈렌은 에드로안 대통령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귈렌 지지자는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FETO)’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IS에 이어 PKK까지 세력을 확장하면서 올 들어 터키에서는 최악의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자살폭탄 테러범 2명이 수도 앙카라에서 40여명을 죽였고, 지난달 이스탄불 공항에서 IS 대원이 자행한 자살폭탄 테러는 4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10일에는 PKK가 세력을 떨치는 남동부의 키질테페와 디야르바키르에서 폭발이 일어나 8명이 숨졌다.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는 “결혼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바뀌었다”며 “어떤 단체가 이번 일을 벌였든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메흐메트 심섹 부총리는 가지안테프를 방문해 부상자를 병문안하고 사건 현장을 찾았다. 지역 주민들은 현장에 모여 테러리스트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자살폭탄테러로 최소 50명 사망… 터키 ‘피의 결혼식’
입력 2016-08-21 18:18 수정 2016-08-22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