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청문회서 ‘檢수사의뢰 사태’ 예고?

입력 2016-08-21 17:44 수정 2016-08-21 21:08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민정수석실이 특별감찰관실을 압도하는 상황이 생기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민정수석실이 특별감찰관실의 감찰 업무 자체를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해 3월 이석수(53) 초대 특별감찰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제기됐다. 민정수석실과 업무가 겹치고 인력은 적은 특별감찰관실이 과연 대통령 친인척, 수석비서관들을 상대로 소신 있는 감찰 활동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당시 이 특별감찰관은 ‘성역 없는 감찰’을 다짐했고, 민정수석도 감찰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수사의뢰의 의미

이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관에게 주어진 권한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한 근거는 검찰 수사의뢰였다. 그는 특별감찰관실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위 공직자의 직무수행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1년여 뒤인 지난 18일 그는 우병우(49) 민정수석에 대해 이 카드를 처음 꺼내들었다.

그는 당시 “‘특별감찰관실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감찰 대상 고위공직자들이 금융거래·통신내역 조회 동의서 등을) 다 내주시고 협조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감찰관실이 아무리 보안을 유지해 준다고 해도 수사의뢰가 세상에 알려지면 직책을 온전히 수행한다는 게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그것은 본인들도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예견처럼 청와대는 우 수석에 대한 구체적인 감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성명을 내고 이 특별감찰관을 맹비난했다.

검찰 수사의뢰는 대통령이 충분한 감찰 시간을 주지 않을 때에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이 특별감찰관은 발언했다. 특별감찰관에게는 감찰에 1개월의 시간이 주어지며, 대통령 허가를 받아 1개월 단위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 특별검사 기간연장 거부 사례를 들어 ‘대통령이 시간적 제약을 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이 특별감찰관은 “조사된 내용을 가지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다든지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는 기간 연장 없이 1개월 만에 이뤄졌다.

특별감찰관은 민정수석실의 반성

첫 특별감찰 사례가 현직 민정수석이 된 것은 상징적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청문회 당시 특별감찰관제도의 취지 자체가 민정수석실의 한계라고 밝혔다. 그는 “비리가 발생해도 좋게 넘어갔던 일들이 결국 큰 불행으로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았느냐”며 “독립적인 기관이었다면 과연 거기까지 갔겠느냐 하는 반성적 고려에서 특별감찰관제도가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실이 민정수석실의 ‘옥하옥(屋下屋)’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민정과 힘으로 어떻게 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민정수석의 어떤 자료들이 어떤 형태로 어디 가서 존재하는지, 현실적으로 특별감찰관실이 그걸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오로지 법과 국민이 부여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겠다”며 기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민정의 기능을 중복되는 범위 내에서 특별감찰관으로 이관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특별감찰관은 검찰이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 사건을 불기소 처분할 경우 충실한 항고를 위해 특별감찰관이 검찰 수사기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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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