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내 딸들의 희생이 아무 의미 없이 시간 속에 망각돼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들의 유일한 바람입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2년4개월, 858일 만에 경기도 안산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존치교실)’이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됐다.
20일 오전 11시50분쯤 2학년 1∼10반 교실과 교무실의 개인 유품, 책상, 의자, 교탁 등이 옮겨지기 시작하자 숨죽이며 현장을 지키던 희생자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오빠가 쓰던 책걸상을 부여잡고 우는 여동생, 아이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희생자 부모의 오열이 애끊는 탄성과 함께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애초 이전 작업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416가족협의회가 “이전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고 항의하면서 2시간 이상 지연됐다.
이들은 기억교실이 임시 이전되는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의 공간 부족과 기억교실을 어떤 식으로 운영·관리할지 프로그램 자체가 미흡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416가족협의회 등은 2시간 가까이 협의한 끝에 희생자 가족들을 설득했다.
실무협의체를 꾸려 부족한 공간을 추가 확보하고 기억교실 운영·관리 프로그램 보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이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지만 교실을 이전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의 개인 유품 등을 4.5t짜리 무진동 트럭 6대에 실은 뒤 단원고에서 1.3㎞ 떨어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까지의 이른바 ‘다짐 행렬’이 시작됐다. 예술인 20여명이 앞장서고, 1∼10반 순서대로 유품 상자를 든 희생자 가족들이 뒤를 따랐다.
유품상자 이송에는 모두 256명이 나섰다. 단원고 희생자 262명 가운데 미수습된 학생 4명과 교사 2명을 제외하고 사망이 공식 확인된 희생자 수를 의미했다. 이틀에 걸친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 21일 한 희생자 부모는 “정부도 국민도 언론도 결코 그날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안산교육청으로 옮겨진 기억물품과 기억교실은 45일 일정의 재현 작업을 거쳐 오는 10월 중순 이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안산=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내 아들·딸들의 희생, 시간 속에 망각돼선 안돼”
입력 2016-08-2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