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경찰조직을 이끌어가는 경찰 총수는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 각종 비위사건으로 무너진 조직기강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만큼 막중한 사명감을 필요로 한다. 한데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은 기대 이하다. 그가 1993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에 더해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받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연실색하게 한다. 23년 전의 ‘과거사’라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후보자는 강원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던 93년 11월 휴무일 점심 때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 차량 2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는 이미 그가 경찰청장 후보로 내정된 직후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된 징계기록 자료제출을 거부한 데 대해 추궁 당하자 새로운 사실을 자백했다. 당시 조사 과정에서 너무 정신도 없고 부끄러워서 신분을 밝히지 못했고 그로 인해 징계기록은 없다는 실토였다. 하지만 조사하던 경찰이 봐주지 않고서야 신분을 은폐할 순 없다는 점에서 믿기 어렵다.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음주 사고 전력이 있다는 건 큰 흠결이다. 더욱이 허위진술로 신분을 속인 것은 중대한 결격사유다. 이런 인물이 경찰청장에 오른다면 법질서 수호는 우습게 되고 근무기강도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20일과 21일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는데 그 주장에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부실검증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게 더욱 큰 문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술에 취해 ‘음주 검증’을 한 게 아니냐고 야당이 비꼴 정도다. 우 수석은 이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자격을 상실한 상태다. 경찰청장 후보자는 물론 우 수석도 이젠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사설] 경찰청장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기대 이하다
입력 2016-08-21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