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8번홀. 하얀 공이 마침내 홀컵으로 굴러들어가자 지켜보던 박세리(39) 감독이 눈물을 터뜨렸다. 금메달이었다. 한국 대표팀 박인비(28)가 20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우승할 때까지 박 감독은 ‘독한 선생님’과 ‘살뜰한 언니’ 역할을 오가며 마음 졸여야 했다. 하지만 ‘박세리 키즈’를 이끌고 지도자 데뷔전을 금빛 승리로 장식했다.
박 감독은 ‘엄격한 원칙’으로 원망 섞인 소리를 많이 들었다. 선수들의 개별 인터뷰를 철저히 통제했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합숙하게 했다. 개별 행동을 막아 경기 집중력을 높이고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숙소 안에서는 친근한 ‘언니 리더십’을 발휘했다. 직접 마트에서 장을 봐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등 한국음식을 손수 요리했다.
기억에 남는 요리로 박 감독의 부대찌개를 꼽은 양희영(27)은 “(박 감독이) 경기 중에도 선수들이 허기지지 않도록 육포 등 간식을 챙겨줬다. 함께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22)는 “사실 엄마보다 박 감독이 잘 챙겨준다”고 했다.
박 감독은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자 ‘맨발 투혼’으로 유명했던 자신의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 때보다 더 기쁘다고 했다.
그는 “선수 때는 우승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게 (가슴에) 와 닿았다”면서 “지금의 감동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어 “메달을 떠나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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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독한 선생님·언니… 박세리가 울었다
입력 2016-08-21 18:03 수정 2016-08-21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