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휴지 조각 된 추경처리 합의

입력 2016-08-21 19:01
여야 3당이 합의한 ‘22일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여야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이하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 및 개최 방식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가동되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다. 이러다 조선업 구조조정 지원 및 일자리 창출·민생 안정사업에 각각 1조9000억원 등 총 11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추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처리가 늦어질수록 추경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는 지난달 예산 집행에 필요한 기간을 감안해 추경을 지난 12일까지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호소했었다. 하지만 추경 처리 시점은 여야 기싸움에 12일에서 19일로, 다시 22일로 늦춰졌는데 이마저도 공수표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여야가 입만 열면 그토록 강조하는 협치의 정신을 망각한 결과다.

이번 추경은 야당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추경과 아무 상관없는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추경 처리와 연계한 전략은 본말이 바뀌었다. 야당도 이번 추경이 정부·여당을 위한 게 아니라 조선·해운업의 구조적 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을 위한 것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서민·중산층을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이들을 위한 예산을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는 건 자기모순이다.

새누리당 역시 오십보백보다. 서별관회의 청문회에 합의해놓고 그 핵심 멤버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건 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거와 다름없다. 이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결정됐는데 세 사람을 부르지 않고 그 과정을 밝힌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결정 과정에 법적·도덕적 하자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나 세 사람 모두 증인 채택에 부정적일 까닭이 없다.

잘한 것 하나 없는 여야가 반성해도 부족할 판에 국회 파행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모습은 참으로 구차하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이 청문회 증인 채택을 빌미로 예결위를 파행시켰다”고 야당 책임론을 거론하자 두 야당은 “새누리당이 서별관회의 청문회 취지를 의도적으로 퇴색시키려 하면서 추경 처리만 고집한다”고 맞섰다. 야당은 추경을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여당 또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청문회를 개최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여야는 합의대로 추경과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처리하고 개최해야 한다. 추경의 필요성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고, 국민들은 거대 부실덩어리 대우조선해양에 그 많은 세금이 투입된 이유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여야가 제 주장만 고집하면 추경도, 청문회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