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지구촌을 하나로 묶었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21일(이하 현지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향연을 마쳤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총 21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당초 세웠던 ‘10-10(금메달 10개·종합 10위권 이내 진입)’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4년간 흘렸던 구슬땀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각자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메달 색깔과 성적에 관계없이 이들이 보여준 도전정신은 무엇보다 빛났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사에 남을 묵직한 기록들을 쏟아냈다. 양궁 대표팀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출전해 전 종목 석권을 달성했다. 세계 양궁의 추격 속에서도 한국은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9개의 금메달 중 4개를 책임졌다. 한국 태권도는 올림픽 사상 최대인 5체급에 참가해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선수 전원이 메달을 수확했다. ‘골프여제’ 박인비는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전대미문의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진종오는 올림픽 사격 역사상 첫 3연패라는 쾌거를 이뤘다.
구기종목은 44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여자 배구와 남자 축구는 준결승 문턱에서 네덜란드와 온두라스에 덜미를 잡혔다. 여자 하키와 핸드볼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불사른 투혼은 훨씬 더 강렬했다. 김연경(배구)은 상대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의 실력을 발휘했다. 또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영란(핸드볼)은 44세 나이로 올림픽에 출전,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을 다했다.
‘러피아(러시아+마피아)’의 검은 역습도 있었다. 한국의 김현우(레슬링)와 전희숙(펜싱)은 러시아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다가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만 손해를 본 건 아니다. 복싱 밴텀급에 출전한 블라디미르 니키튼(러시아)은 8강에서 마이클 콘란(아일랜드)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니키튼은 4강전을 포기했다. 8강에서 콘란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은 탓이다. 그럼에도 심판은 니키튼의 손을 들어줘 편파판정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의 스캔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금지약물 파동은 올림픽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최고의 이슈 중 하나였다. 러시아 정부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30여년 전부터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조직적으로 투여하도록 한 사실이 지난 14일 알려졌다. 최근 불거진 도핑 스캔들을 그냥 단순하게 볼 수 없음을 뜻한다. 스포츠 강국 러시아는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탓에 금메달을 20개도 따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반면 리우올림픽에서 영국과 일본의 대약진이 도드라졌다. 영국은 중국을 밀어내고 종합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20년 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로 36위에 머물렀던 영국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젠 손에 꼽히는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갖췄다. 당초 색깔 구분 없이 최소 48개의 메달을 거두겠다던 목표는 이미 대회 중반에 이뤘다. 스포츠 전반에 걸쳐 포상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화끈한 재정적 지원을 한 게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문부과학성 외청으로 ‘스포츠청(廳)’을 신설했다. 스포츠청에서 스포츠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담당하게 됐고, 정부 차원에서 엘리트 체육을 중심으로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면서도 육상, 수영 같은 기초종목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지원한 결과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가져가는 나라가 됐다. 일본은 곧 영국의 뒤를 밟을 전망이다.
미국의 이변은 없었다. 리우올림픽에서도 가장 많은 금메달로 최정상을 지켰다. 예상대로 수영(16개)과 육상(13개·21일 기준)에서 메달을 휩쓸며 금맥을 이어갔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5관왕에 올랐고, ‘여자 펠프스’ 케이티 러데키(수영)와 ‘흑진주’ 시몬 바일스(기계체조)가 각각 4개의 금메달을 책임졌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17일간의 드라마… 그대들이 주인공이었다
입력 2016-08-22 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