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이석수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필요하다

입력 2016-08-21 18:13

청와대가 지난 19일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비판하자 정국이 강대강(强對强)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청와대 대응은 강경하다. “감찰 내용을 특정 신문에 유출하고 그 언론과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며, 국기(國基)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한마디로 이석수가 국기문란 행위를 했다는 얘기다. 반발 역시 거세다. 청와대의 ‘우병우 구하기’가 도를 넘었다거나, 이석수에 대한 비난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거나, ‘불통정권’의 오기가 또 발동했다는 등 야권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반응은 일견 비상식적이다.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병우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이석수만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갑자기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점은 자가당착에 가깝다.

하지만 이석수의 언행이 석연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잠시 되돌아보자. 지난 16일 MBC 보도에 따르면 이석수는 한 언론사 기자와 이런 내용의 대화를 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운전병(아들) 인사랑 (가족회사인) 정강이다.” “(우병우가) 버티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된다.” 그리고 이석수는 18일 우병우 아들의 운전병 특혜 논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가족회사 ㈜정강에 대해 횡령·탈세 혐의가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 수사의뢰서를 대검찰청에 보냈다. 공교롭게 MBC 보도와 같다. 통화한 게 맞는다면 이석수는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 며칠 전 언론사 기자에게 이를 정확히 누설한 셈이다. 더욱이 이석수는 기자가 우병우 가족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보내겠다고 말하자 “일단 좀 놔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걸로 돼서야 되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짬짜미’의 냄새마저 난다. “특별감찰관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망각한 채 특정 언론과 짜고 감찰을 실시하고, 감찰 결과와 무관하게 의혹만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이런 게 바로 국기문란”이라는 반론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석수는 MBC 보도를 사실무근이라면서 자신에 대한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도 우병우를 구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이석수 사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석수와 통화한 기자가 회사에 통화 내용을 은밀히 보고했으나 그것이 외부로 유출돼 결국 MBC가 보도한 과정에 현 정권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감한 현안을 감찰하는 당사자가 감찰 범위와 진행 상황을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했다면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특정 언론사 기자와 사전 협의하는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다. 그래서 일부 야권 인사들이 이석수를 용기 있는 인물인양 추켜세우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야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겼다고 역지사지해보라. 사실이라면 용인할 수 있겠는가. 야당이 21일 이석수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주문한 건 다행스럽다. 이석수가 통화했다면 어떤 경로로 어느 기자와 접촉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특별감찰관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우병우는 수사의뢰가 된 처지다. 처가의 강남 금싸라기땅 매각 과정은 물론 의경인 아들의 ‘꽃보직’ 특혜,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탈세 문제의 진상이 머지않아 드러나게 돼 있다. 그의 퇴진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우병우와 별개로 이석수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