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前 환경장관, 대권 잠룡 향한 신랄한 평가

입력 2016-08-21 18:08 수정 2016-08-21 21:16

유력 정치인들의 ‘멘토’였던 윤여준(사진) 전 환경부 장관이 대권 잠룡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내놓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외교관의 제3자적 의식’이 약점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나이브(순진)’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최고경영인(CEO) 모습이 남아 있고,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정치인보다 테크노크라트(전문지식을 가진 기술관료)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22일 발간하는 대통령선거 전문 무크지 ‘대선 플러스’ 창간호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변화가 많았던 이명박·박근혜정권 10년 동안 해외에 있었고 국회의원뿐 아니라 당을 만들고 운영해 본 적도 없다”며 “앞으로 닥칠 엄청난 도전을 극복할 만한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직업외교관은 일의 성격상 본국과 주재국 사이의 제3지대에 있다는 의식이 길러진다”면서 “3자적 의식이 생기면 엄청난 국가적 책임을 짊어지기 어렵다고 미국·영국의 고위 관료들도 말을 한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장점이 나이브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 순박함으로 권력의 세계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다. 또 “대선 후 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뭔가 애매모호하고 분명히 잡히는 게 없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한때 자신의 ‘멘티’로 알려진 안 전 대표에 대해 ‘새정치 이미지’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정치는 철저하게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안 전 대표는 민주적 과정에 대한 인식이 투철하지 않은 CEO적인 모습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 김부겸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현실정치에서 줄곧 성장한 인사들에 비해 안 전 대표는 아직 정치 신인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윤 전 장관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겐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고 깜짝 놀랐으며,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한창 나쁠 때 처신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은 정치인이라기보다 테크노크라트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하고 친박(친박근혜)계가 사퇴 공세를 펼 때 “의총에서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며 유 의원이 결단을 미뤘던 일,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고 있는데도 공천 마감 1시간 전까지 탈당을 않고 기다린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윤 전 장관은 차기 대통령에 필요한 리더십의 덕목으로 ‘탁월한 식견과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통찰력’을 꼽았다. 또 남·원 지사와 김부겸 의원에 대해 “개방적이고 진취적 개혁성향이라는 공통 특징이 있으며 국가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나를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는 등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은 본인들이 식견이나 통찰력이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해 좋은 인재를 찾으려고 하고 지혜를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게 위험하다”며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 좋은 인재를 찾으려고 하고 지혜를 모으려고 하기 때문에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