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상직 <11> “총선공약 지키게 해달라” 간구 들어주신 주님

입력 2016-08-21 17:28
2012년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상직 전 의원(앞쪽)이 발언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나는 큰 시험대에 서게 됐다. 2012년 4월 총선 과정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전북혁신도시에 끌어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회에 입성하면 전북혁신도시로 오기로 한 토지주택공사(LH)를 진주로 강탈당한 자존심을 회복해야 했다.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자본시장을 경험한 전문성을 살려야겠기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MB정부는 LH 대신 국민연금공단을 전북혁신도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앙꼬 없는 찐빵’처럼 기금운용본부를 제외하고 보낸다는 게 문제였다. 전북의 분위기는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정부가 안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중요성과 미래 잠재력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총선에서 약속해버렸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반드시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지혜를 달라고 간청했다.

제19대 국회가 열리면서 첫 대정부 질문 기회가 돌아왔다. 나는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신청했다.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를 상대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포함한 국민연금공단의 일괄 이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총리는 정부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12월 대선이 다가왔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후보의 중앙당 대선캠프에서 동행본부장으로 참여했던 나는 문 후보에게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일괄 이전을 전북지역 대선공약으로 하자고 건의했다. 문 후보는 이 건의를 받아들였고, 2012년 대선 전북선대위 출범식 자리에서 대선공약으로 발표했다. 반응은 뜨거웠고, 다급해진 새누리당은 당대표 등이 내려와 ‘우리도 한다’면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 약속이 적힌 붉은색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걸었다. 그렇게 해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은 여야 대선후보의 약속이 됐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대통령 취임 후 정부의 입장은 ‘대통령이 약속한 적 없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를 포함한 전북지역 국회의원 11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당시 거리 곳곳에 붙어 있던 새누리당 현수막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를 전북으로 한다는 규정이 못 박힌 ‘국민연금법’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온전히 하나님을 알게 된 후 간절하게 하나님께 드린 기도가 응답을 받는 순간이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뿌듯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혁신도시에 유치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이뤄내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나는 금방 하나님께 또다시 도와달라는 기도를 해야 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놓치지 않으려던 모피아 금융권력의 방해가 집요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조직은 전주로 이전해도 기금운용본부를 포함한 핵심조직은 서울에 남아 있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원화 방안 연구용역이 비밀리에 진행됐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