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정명훈·서울시향 재회로 성공적 첫발

입력 2016-08-21 17:49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작곡가 진은숙, 소년합창단 지휘자 황지희,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구천(왼쪽부터)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서울시향이 정 전 감독 시절 자주 연주하던 '헝가리 무곡'을 앙코르곡으로 깜짝 연주하자 정 전 감독이 잠시 객석에 내려가 감상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이 19일 개관 공연을 열고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 자리잡은 롯데콘서트홀은 1988년 설립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문을 연 대형 클래식 콘서트홀이다. 당초 18일 각계 저명인사와 임직원 등을 초청해 개관 기념 공연과 함께 공식 행사를 성대하게 열 계획이었지만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자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의례적인 행사 없이 일반 관객 대상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지휘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콘서트홀에 들어서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정 전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은 1부에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로 시작을 알린 뒤 작곡가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세계 초연했다.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롯데콘서트홀이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진은숙에게 위촉한 곡이다. 인간과 우주의 근원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담은 대서사시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간 진은숙은 눈물을 흘리며 서울시향과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2부에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이 울려 퍼졌다. 롯데콘서트홀의 전면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소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연주회는 지난해 말 예술감독에서 사퇴한 정 전 감독이 8개월여 만에 서울시향과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정 전 감독과 서울시향은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단단한 호흡을 과시했고, 청중들은 열띤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차례 커튼콜 뒤에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앙코르곡으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 비제 ‘카르멘’ 서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헝가리 무곡’은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에 몸담던 시절 단골 앙코르곡으로 이날 부악장인 웨인 린의 리드로 깜짝 연주됐다. 정 전 감독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아예 객석에 내려가 앉아 관객과 함께 이를 감상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 전 감독은 “롯데콘서트홀은 대한민국의 모든 음악인과 팬들이 기다려온 콘서트홀이다. 이런 중요한 공연에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한편 이날 개관공연에는 클래식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김의준 전 롯데콘서트홀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타계한 김주호 초대 대표를 이어 2014년 5월 취임했다가 지난 3월 급작스럽게 퇴임했던 김 전 대표는 공연 내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은 한동안 눈물바다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향 단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 전 감독과의 8개월여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감정이 북받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