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수영 대표선수 4명이 무장강도를 당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치안 불안이 리우데자네이루(리우)의 고질병이라는 점을 악용해 벌인 추악한 행각이었다. 페어플레이와 인간 드라마가 연출되는 올림픽 현장에서 자신들의 음주와 공공기물 파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선적 행동을 서슴지 않은 셈이다.
페르난도 벨로소 리우 경찰서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선수들은 강도를 당하지 않았다”며 “CCTV를 통해 이들의 주장이 허위임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전 6시쯤 리우의 한 주유소 CCTV에 담긴 영상을 증거로 공개했다. 영상에서 라이언 록티(32·사진) 잭 콩거(22) 군나르 벤츠(20·이상 남자 800m 계영) 제임스 페이건(27·남자 400m 계영) 등은 주유소 화장실의 잠긴 문을 억지로 열기 위해 한꺼번에 달려들다 고장을 냈다. 주유소 관리자와 무장경비 2명이 나타나자 잠시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현금으로 보상하고 떠났다.
주유소 관리자와 무장경비가 선수들을 위협해 돈을 빼앗은 장면은 전혀 없었다. 선수들 표정은 강도 피해자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무장경비들은 총을 들고 있었지만 록티의 주장처럼 머리로 겨누지 않았다. 벨로소 서장은 “이들이 허위주장과 공공기물 파손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지난 14일 “리우 남부 호드리구 지프레이타스에서 프랑스 수영대표팀의 파티에 참석하고 택시로 선수촌으로 돌아가다 권총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록티는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찰배지를 가진 사람들이 택시를 세웠다. 그 중 1명이 내 이마로 총을 겨눴다”고 했다.
리우올림픽의 최대 악재는 치안불안이다. 이들의 주장은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발칵 뒤집었다. 마리오 안드라다 조직위 대변인은 “미국 수영선수들의 강도 피해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주장이 경찰 조사에서 허위로 밝혀져 상황은 뒤집어졌다. 브라질 법원은 문제의 선수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성명을 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브라질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16일 미국으로 들어와 거짓말을 반복한 록티에 대해서는 추가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페이건은 수사 협조를 약속했다. 콩거와 벤츠는 이륙을 앞둔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브라질 경찰에 연행됐지만 지금은 여권을 돌려받아 귀국할 수 있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주유소 화장실 기물 파손 감추려 ‘권총강도 피해’ 신고 美 수영선수들 추악한 거짓말 들통
입력 2016-08-20 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