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인 듯 사과는 아닌… 트럼프 “과거 발언 후회한다”

입력 2016-08-20 04:12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인디클라인이 18일(현지시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에 나체 상태의 트럼프 동상을 설치했다. 이 단체는 “트럼프의 파렴치한 내면을 육체적으로 풍자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뉴욕의 한 공원에 설치된 동상을 시청 직원들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철거하는 모습.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자신이 한 막말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 이후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고 밝힌 건 처음이다. 지지율 추락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유세를 하던 중 “때로는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릇된 말을 했다”며 “믿건 말건 후회한다. 정말로 후회한다. 특히 막말로 개인적인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과정에서 멕시코 이민자와 멕시코계 연방판사, 이슬람 전사자 유족, 여성 앵커, 장애인 기자 등에게 숱한 막말을 쏟아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이날 구체적으로 어떤 막말을 후회하는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발언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 대해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막말을 후회한다면서도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험담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때때로 나는 지나치게 정직하지만 클린턴은 완전 반대”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또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구애를 펼쳤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나한테 기회를 준다면 그들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어느 집단이라도 뒤처져선 안 되며 모든 유색인종 어린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주된 지지자들은 백인이다. 반면 흑인 유권자로터는 2% 안팎의 지지를 얻고 있다. 때문에 흑인 및 유색인종에 대한 공략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선거 캠프의 카트리나 피어슨 대변인이 클린턴 후보가 부분실어증(dysphasia)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어증보다 경미한 증상인 부분실어증은 대화 중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증상이다.

피어슨 대변인은 MSNBC방송에 나와 “클린턴이 말하는 비디오를 보면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클린턴한테 실어증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 그녀는 과거 쓰러진 적도 있고 뇌진탕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유세를 하면서 쉬는 시간도 아주 길다”면서 “이런 의혹들에 대해 클린턴이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임 때인 2012년 12월 뇌진탕 증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클린턴은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테러 사건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앞두고 실신했다. 하지만 클린턴 측은 “주치의는 실어증 진단을 한 적이 없으며 건강에 아무 문제 없다”고 피어슨의 주장을 일축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