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태정(17)군은 가까운 학교 대신 등·하교시간이 1시간40분이나 걸리는 경기도 안성의 안성두원공고를 다닌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기업에서 월급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확정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어설프게 대학을 졸업하고 허송세월 하느니 일찌감치 ‘기술 명장’의 길을 걷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이 학교의 도제식 교육프로그램이 마음을 끌었다. 입학부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이하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응시하기 위해 준비했다. 도제학교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2015년 도입한 스위스식 기술명장 양성 과정이다. 학교에선 이론 교육을 받고 기업에서는 실무자들로부터 직접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기존 특성화고 중에 교육 여건 등을 평가해 도제학교로 지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1학년 2학기 혹은 2학년부터 도제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 김군은 금형(金型) 파트 회사인 ㈜새희망에 다니고 있다. 김군은 “금형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장인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정호진(17)군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목형·금형 업체인 진영프로토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멘토들은 정군에게 진로에 대한 조언을 자주 한다. 멘토들은 정군에게 ‘밀링기능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고 정군은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한 학기 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회사는 정군이 졸업하면 정규 직원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정군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전문대 등에서 기술을 더욱 연마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 학교는 2014년 11월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도제 프로그램 학생은 2∼3학년 111명이고 29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2주는 학교에, 2주는 기업에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두 학생의 담임인 지현우 교사는 21일 “아이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질문이 달라졌다. 기존 특성화고와 도제 프로그램의 가장 다른 점은 동기부여”라면서 “타의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실무를 배우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사회생활을 미리 하고 있어서 의젓해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도제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천기계공고 3학년 유덕환(19)군은 원래 대학 진학을 염두에 뒀지만 생각을 바꿨다. 유군 성적은 학교 최상위권으로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선(先) 취업 후(後) 진학’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이 학교는 인천남동공단, 부평공단, 주안서북공단 등 인천 주변 7개 공단 34개 기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 때 도제학교 프로그램 참가자를 뽑아 2학년부터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하고 있다. 유군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장비 및 금형 생산 전문업체인 ㈜에이치에스티에 다니고 있다. 유군은 현장 실무자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현장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기술을 익혀야 ‘기업에 손 벌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 손을 내미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금형 분야 명장으로 손꼽히는 이 회사의 대표가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유군은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1년 6개월 동안 학교 교사와 회사 실무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금융기능사,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 특수용접기능사 등 자격증 3개를 취득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눈으로 보고 익히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는 게 한결 수월했다고 한다. 유군은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며 기술을 배우고 산업기술요원으로 병역 특례도 받을 생각이다. 대학이나 전문대로 진학하는 건 돈을 벌며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유군은 “앞으로는 학벌보다는 능력이 대접받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금형 기술의 대한민국 일인자가 되는 게 일차 목표다. 우리나라 최고의 금형 업체를 경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석호 이도경 기자 will@kmib.co.kr
학교·기업서 실무연마… ‘기술명장’ 지름길 뛰는 고교생들
입력 2016-08-22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