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국립현대미술관 30주년 기념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입력 2016-08-21 17:50
김환기의 ‘산월’
백남준의 ‘다다익선’
경기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생일상을 차렸다. 상 위에는 국내외 산해진미가 다양하다. 서른 살 생일잔치의 타이틀은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이다. 만물이 생성하고 시간이 지나면 소멸하듯이 미술작품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30년의 주요 성과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특별전을 구성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은 총 7840점이다.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뒤로 30년간 수집한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74%에 해당하는 5834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300여명의 소장품과 신작, 각종 자료 등 560여점이 나온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사진, 공예, 디자인, 건축, 서예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8개 전시실과 중앙홀, 램프코아, 회랑 등 전관에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작품이 탄생하는 시대적 배경은 물론, 제작, 유통, 소장, 활용, 보존, 소멸, 재탄생 등 생명주기와 작품의 운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작품을 중심축에 두고 발생하는 작가와 미술계, 미술제도, 미술사,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전시장 1층은 ‘해석’이라는 주제로 꾸몄다. 1층에서 3층으로 연결된 중앙홀에는 미술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관람객을 손짓한다. 나선형 램프 공간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1003대의 TV 탑인 이 작품은 설치작가 이승택의 ‘떫은 밧줄’로 둘러싸였다. 밧줄은 유토피아와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이불의 ‘취약할 의향’, 비닐로 몽유도원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박기원의 ‘도원경’이 이색적이다. 달과 산을 그린 김환기의 ‘산월’과 뻥튀기 조각으로 달을 형상화한 백남준의 ‘달’이 전시 타이틀을 대변하듯이 나란히 걸렸다. 1970년대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퍼포먼스 비디오도 볼 수 있다.

2층 전시는 ‘순환’을 주제로 소장품 가운데 흥미로운 이면을 지닌 작품의 숨은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현대미술의 변화하는 속성을 조명한다. 박수근의 1960년 작품 ‘할아버지와 손자’는 아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비누로 만든 흉상을 화장실에 두어 손씻을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신미경의 ‘화장실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3층은 소장품 중 오랜 기간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으로 꾸몄다. 수장고에서 발견된 옛 작품은 작업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현재 작업과의 연결점을 찾는다. 코디최의 ‘원반 던지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이기봉의 ‘날 것’ 등이 출품됐다. 3층 통로는 건축가 30팀이 미술관을 활용한 건축 전시 ‘공간변형 프로젝트: 상상의 항해’로 채웠다.

이 많은 작품을 제대로 다 둘러보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작품과 주제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작품의 뒷이야기까지 들려준다고 했으나 설명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먹을 건 많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거나 배는 부른데 뭔가 허전한 뷔페의 성찬이라고나 할까.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