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무로 일하고 있는 김모(55)씨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등세를 보면 가슴이 쓰리다. 그는 외환위기가 몰아친 1998년 3월 삼성전자에서 퇴직했다. 우리사주 95주를 받았는데 당시 4만원대였다. 같은 해 7월 10만원까지 오르자 생활비가 급해 주식을 모두 팔았다. 당시에도 큰돈이었던 1000만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평가가치로 1억59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삼성전자가 파죽지세로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67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가(164만원)를 갈아치웠다.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2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는데 현재 기준으로 따지면 80배 이상 올랐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약 237조원으로 일본 대장주인 도요타자동차의 1972억 달러(약 219조원)를 뛰어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가 200만원도 전망한다. 2분기 깜짝 실적에 이어 우호적인 반도체 업황에 힘입어 실적 전망치도 계속 상향되고 있다. 이날 국내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 노트7 예약판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삼성전자 급등세는 주주들에게는 행복한 소식이지만 김씨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미리 팔았거나 매수 타이밍을 잡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먼 산만 바라보는 처지다. 주당 가격이 167만5000원을 넘으면서 개미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도 없게 됐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으로 계산한 월급(135만원)보다도 비싸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 및 배당 수익은 사실상 외국인에게 돌아간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인이 잇달아 이 주식을 사들여 외국인 지분은 전날 기준 51.04%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내 삼성전자의 비중도 계속 높아져 약 17%를 차지한다. 코스피지수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상승분을 제외하면 전체 지수도 15∼20포인트 떨어진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막중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간 잉여 현금의 30∼50%를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파죽의 삼성전자 200만원 넘본다
입력 2016-08-19 18:12 수정 2016-08-20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