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번번이 실패하며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 시작 이후 롯데 계열사 현직 사장에 대한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면서 검찰 내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9일 검찰의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6일 ‘270억원대 소송 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허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혐의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이 구속 기소됐기 때문에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의 기대를 깨트렸다.
앞서 법원은 검찰의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한 바 있다. 당시에도 기각 사유는 ‘범죄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였다.
검찰은 강 사장에 대한 영장청구가 기각된 이후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허 사장에 대한 영장에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당국을 상대로 로비에 나선 정황(제3자 뇌물교부)과 협력업체로부터 사업상 편의 제공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 개인비리 혐의를 적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검찰 수사 초기부터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로 지목됐다. 석유원료 등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중간에 끼워넣어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 내용을 토대로 허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피의자뿐 아니라 주변 인물까지 관련 진술 자체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허 사장의 소송 사기 의혹 부분은 수사 본류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본부나 롯데그룹 일가 비자금 등의 수사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로비·비자금 수사는 신병 확보가 안되면 현실적으로 진행이 어렵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혹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던 B사 대표 이모(56)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사는 구속 기소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아들 장모(48)씨가 소유한 회사로 사실상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업체다.
재판부는 “이씨가 자신의 지시를 받는 직원들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국가의 정당한 사법기능을 해치려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이씨가 범행 일체를 자수하고 수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 인멸됐던 증거가 상당부분 복구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잇단 ‘영장 기각’… 흔들리는 롯데 수사
입력 2016-08-19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