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초법적 행태’ ‘도 넘은 우병우 구하기’ 지적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정면 비판한 것은 감찰 행위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뤄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 감찰관의 감찰이 애초부터 ‘대통령 흔들기’라는 의도를 가지고 진행됐고, 특정 세력과의 결탁 또는 유착이 의심되는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청와대는 특히 ‘중대한 위법행위’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이 감찰관을 공격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에도 청와대가 이런 예상 밖 강공에 나선 것은 감찰관의 감찰이 결국 ‘대통령 또는 정권 흔들기’라는 판단이 그 배경이라는 해석만이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언론에 유출된 이 감찰관의 대화록을 보면 감찰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특히 이 감찰관이 처음부터 감찰 의지는 없으면서 검찰에 수사의뢰로 결론내리고 이를 특정 언론에 흘렸다는 것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별감찰관법 22조(감찰 착수·종료 사실 및 내용 누설 금지)와 25조(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자격정지)를 들어 이 감찰관을 정면 비판했다.
청와대는 또 이 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별다른 혐의점 없이 단지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로만 수사의뢰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 참모는 “수사의뢰서를 보면 그동안의 감찰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며 끼워맞추기식 결론에 무게를 뒀다.
청와대 참모들은 전날 이 감찰관의 검찰 수사의뢰와 함께 박 대통령에게 서면보고가 이뤄진 이후 장시간 내부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선 이 감찰관 활동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강경 대응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이 감찰관이 수사의뢰한 우 수석의 직권남용 및 횡령 의혹 부분에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이 감찰관이 문제될 게 없는 부분을 수사의뢰하는 것은 오히려 감찰관의 직권남용 아니냐”며 “이런 제도가 악용되면 청와대 흔들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이 감찰관의 감찰 개시가 청와대와 사전조율 없이 ‘통보’ 식으로 이뤄진데 대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런 마당에 이 감찰관이 감찰 내용, 향후 방향 등을 특정 언론과 논의한 것은 결코 순수한 의도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의 강공으로 박 대통령의 ‘우병우 수석 안고 가기’ 의지는 더욱 확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의 사퇴 요구,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관계자는 “우 수석 거취에 대한 얘기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국정운영 동력 상실 등 후폭풍은 박 대통령이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검찰에 ‘이 감찰관을 수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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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대통령 흔들기’ 판단… “무리수” 비난 감수
입력 2016-08-19 18:16 수정 2016-08-19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