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면 金… ‘볼트 天下’

입력 2016-08-19 18:13 수정 2016-08-19 21:22
우사인 볼트가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7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인류의 한계를 거듭 시험해 온 ‘번개’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100m에 이어 200m에서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이제 남은 400m 계주로 전대미문의 ‘트리플·트리플’(세 종목 올림픽 3연패)을 정조준하고 있다. 볼트는 18일(현지시간) 오후 10시30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7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에 이은 연속 우승이다.

200m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볼트는 출발신호와 동시에 무섭게 치고 나왔다. 출발 반응 속도는 0.156초. 스타트가 느리다는 평가가 무색했다. 곡선주로에서 이미 선두로 올라섰다. 결승선을 지날 때까지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자메이카 국기를 등에 걸친 볼트는 활시위를 당기는 듯한 ‘번개 세리머니’를 다시 한 번 선보였다. 100m 동메달리스트 앙드레 드 그라세(22·캐나다)가 20초02로 은메달을, ‘백색 탄환’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6·프랑스)가 20초12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기의 대결을 예고했던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은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1896 아테네올림픽 이후 올림픽 무대를 수놓은 ‘인간 탄환’ 가운데 볼트만이 육상 남자 200m 3연패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랐다. 100m 3연패 역시 볼트가 유일하다. 2관왕(100m, 200m) 3연패 역시 볼트 혼자 달성한 자랑거리다. 볼트가 400m 계주마저 거머쥐면 올림픽 육상 최다관왕(금메달 9개)에 등극한다. ‘육상의 전설’ 칼 루이스(미국), 1920년대 장거리 선수로 활약한 파보 누르미(핀란드)와 같은 선상에 오른다.

대기록에도 볼트는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기대를 모았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지 못해서다. 볼트는 2009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세운 19초19의 세계신기록을 자랑한다. 올 시즌 최고 기록 19초89와 차이가 컸지만 준결선 직후 “세계신기록에 도전하겠다. 감이 온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볼트는 스스로 ‘반성문’을 썼다. “기록에 만족하지 못하겠다.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난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 내 몸도 늙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가 볼트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취재진이 은퇴를 언급하자 “이번이 내 마지막 200m 경기가 될 것 같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고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 무하마드 알리나 펠레처럼 최고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