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4) 삼성생명 탁구팀 코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우리 선수로는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우승자인 새누리당 문대성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유 신임 IOC 선수위원은 “기쁨도 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당선 일성을 터뜨렸다.
유 위원은 19일(한국시간) 발표된 IOC 선수위원 투표 결과에서 당선 기준인 상위 4위 안에 이름을 올려 최종 당선됐다. 전체 23명의 후보와 경쟁을 펼쳐 총 5185표 중 1544표를 얻어 전체 2위에 올랐다. 앞서 문 전 의원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선수위원에 당선돼 8년간 활동했다. 유 위원의 IOC 선수위원 임기도 8년으로 2024년까지 활동하게 된다.
유 위원은 2012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삼성생명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IOC 집행위원회로부터 선수위원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 전에는 현지에서 선수촌과 경기장을 누비며 선거 운동을 펼쳤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던 게 약점이었지만, 선거운동 기간 아침 7시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선수 개개인을 만나는 등 발로 뛰며 진정성을 보인 끝에 선수 위원으로 당선됐다.
유 위원의 당선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 대회를 앞둔 한국의 스포츠 외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존 IOC 위원인 삼성전자 이건희(74) 회장은 와병 중이어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다. 문 전 의원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학위 논문 표절 논란 등에 휩싸여 직무가 정지됐고, 임기도 사실상 만료됐다. 한국에서 실질적으로 IOC의 결정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는 이제 유 위원밖에 없는 셈이다.
선수위원에게는 IOC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올림픽 종목이나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투표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선수위원은 선수와 IOC의 연계 및 IOC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수를 대변한다. IOC 선수경력프로그램(ACP)을 통해 선수들에게 교육이나 취업 등 기회를 줄 수 있다. 또 도핑방지 및 클린스포츠 촉진을 위한 활동, 올림픽 운동을 통한 선수 권익 보호 등도 선수위원의 몫이다. 이 때문에 IOC 선수위원이 있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유 위원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IOC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알고 있다. 아직 행정가로서 업무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익혀서 도움이 되겠다”며 “내가 만나본 1만500명의 선수들은 각자의 고민이 많았다. 개인의 영광을 떠나서 선수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선수 유승민은 눈빛이 날카로웠던 사람이다. 행정가 유승민은 눈빛이 따뜻해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유승민 외에도 ‘미녀 새’로 알려진 장대높이뛰기 선수 옐레나 이신바예바(34·러시아), 4년 전 1초 오심으로 유명세를 탄 펜싱의 브리타 하이데만(34·독일), 수영 선수 다니엘 귀르타(27·헝가리)가 선수위원으로 선정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탁구 영웅 유승민, 국제 스포츠계 ‘프레지던트’
입력 2016-08-19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