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수사+정치적 외압… 김수남號‘고난의 행군’

입력 2016-08-20 04:00
김수남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굳은 얼굴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동시 수사를 앞두고 있고, 검찰의 수장인 김 총장의 결정에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구성찬 기자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수사착수를 앞둔 김수남(57)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 실세를 수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정치적 외압까지 더해져 검찰조직이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검찰 주변에서는 취임 9개월을 앞둔 김 총장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검찰은 우 수석은 물론 우 수석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이석수(53) 특별감찰관까지 동시에 수사해야 한다. 우 수석 수사의뢰는 독립된 국가기관인 특별감찰관실이 20일 넘게 감찰을 벌여 범죄 정황을 잡고 조사를 요청한 엄중한 사안이다. 이 특별감찰관도 18일 한 시민단체가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 대상이 됐다. 두 사안 모두 정치적 폭발력이 크고 여론의 관심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기 힘들다.

그러나 현 정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우 수석이 현직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검찰수사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특별감찰관 조사도 벌써부터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릴 조짐을 보인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19일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행위에 대해 “철저히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반면 야당은 우 수석의 감찰 방해 의혹에 초점을 맞춰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범죄 혐의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로 ‘공’이 넘어온 것도 향후 수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우 수석의 직권남용이나 횡령·배임 혐의 수사는 관련자들이 끝까지 입을 다물거나 증거를 인멸했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수사도 유출 경위와 정확한 내용 등을 밝히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은 물론 해당 언론사까지 조사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시선은 김 총장에게 쏠리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이자 검찰 출신인 현직 민정수석을 상대로 정상적 수사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검찰총장의 결단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감찰내용 유출 수사도 정치적 외압을 이겨내고 공정하게 지휘해야 하는 책임은 검찰총장이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추는 ‘배당’이 될 공산이 크다. 우 수석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거나 우 수석이 언론사들을 고소한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돼 있다. 이번 사건도 조사1부가 함께 수사하거나 공직자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처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로 재배당할 가능성이 있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사건을 맡거나 별도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김 총장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진경준(49)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대박 사건’ 수사를 특임검사(이금로 인천지검장)가 맡도록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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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