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2분기 가계소득이 나아지지 않아 소비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술과 담배에 쓴 돈은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삶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술·담배 소비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6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8%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변동이 없었다. 저금리 기조에 이자소득이 줄면서 재산소득(-9.0%)이 특히 감소했다. 앞서 실질소득은 작년 4분기(-0.2%)와 올해 1분기(-0.2%)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지난 2분기에도 증가세로 전환되지 못했다.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가구들은 갈수록 지갑을 닫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328만1000원으로 작년 2분기와 같았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비지출은 0.8% 감소했다. 실질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 0.7% 증가했다가 올해 1분기 -0.5% 감소세로 돌아선 뒤 감소폭이 더 커졌다.
실제 쓸 수 있는 돈 중에서 쓴 돈의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가구들의 ‘긴축재정’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 2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2003년 전국 단위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7% 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계의 소득 중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재를 구입하기 위한 지출의 비중이다. 대신 가구들은 저축을 선택했다.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하지 않고 쌓아둔 돈인 흑자액은 10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고단한 국민들, 술·담배만 늘었다
입력 2016-08-19 18:11 수정 2016-08-1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