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늘어나야 할 독립 민간 싱크탱크

입력 2016-08-19 19:07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기부를 약속한 사재 4400억원을 바탕으로 한국형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한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표방한 여시재의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고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 등 각계 명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싱크탱크는 정책입안이나 정책제언을 업무로 하는 공공정책연구기관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될수록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를 벗어나 공익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세계 11위 경제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규모와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그나마 대형 싱크탱크 대부분이 국책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이념이나 정책 방향에 부응하는 연구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학 연구소들도 지속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하는 정부에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렵다. 기업 부설 연구소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편향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연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위해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 존재가 절실하다. 브루킹스·헤리티지 등 세계적인 싱크탱크 대부분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민간 연구소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에 사재를 출연한 조 회장은 여시재에서 아무런 직함을 맡지 않는다. 공익법인 기부가 상속세를 낮추거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편법 수단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조 회장의 결정은 우리나라 민간 싱크탱크 발전뿐 아니라 기부문화 확립에도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여시재 출범을 계기로 다양하면서도 국제적인 수준의 민간 싱크탱크 행렬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