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英 외교관 “태영호, 명민하고도 독립적 성향 인물”

입력 2016-08-19 17:47 수정 2016-08-19 21:22
북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전직 영국 외교관이 최근 탈북한 태영호 주영 북한공사를 ‘명민하고도 독립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회고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영국의 첫 주북(駐北) 영국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에드워드 호어 박사는 “태 공사는 매우 영리하고 빈틈이 없으며 중국어와 영어에 능한 사람이었다”면서 “북한의 정치와 지도자에 대해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지만 때때로 독립적 성향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호어 박사는 2001년 대리대사직을 맡아 주북 대사관 개설을 주도한 바 있다. 그가 태 공사를 처음 만난 건 1990년대 중반이었으며 2001∼2002년 평양에서 근무할 때 정례적으로 접촉했다. 그는 태 공사의 탈북 이유에 대해 “알 수 없다”면서도 “가족과 관계된 이유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호어 박사는 북한 고위급 인사의 추가 탈북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태 공사가 상당히 고위급인 외교관인 건 맞다”면서도 “다른 고위 관리들의 탈북은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고 망명 행렬이 이러질 것으로도 전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호어 박사는 69년 영국 외무부 연구직을 시작으로 81∼84년에 주한 영국대사관, 88∼91년 주중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아시아통이다. 98년 영국 외무부 북아시아·태평양연구팀장을 지내다 2000년 북한과 영국이 수교하면서 주북 대리대사로 임명됐다.

한편 태 공사는 지난달 중순쯤 잠적한 뒤 우리 정부에 망명 의사를 밝혔으며 하순에 영국을 떠나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 타임스는 “태 공사가 자녀들을 데리고 런던의 한국대사관을 찾아 망명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태 공사는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으며 이 중 한 명은 아직 남한에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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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