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들어 공연계에서 ‘블라인드 티켓’ 판매가 늘고 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4월 14∼5월 8일 예술의전당),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9월 3∼4일 자라섬), 뮤지컬 ‘팬레터’(10월 8일∼11월 5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등이 각각 개막 두 달여를 앞두고 블라인드 티켓을 판매해 성공을 거뒀다. 일반인에겐 아직 낯선 블라인드(Blind) 티켓은 무엇인가.
A : 블라인드 티켓이란 출연진을 공개한 후 티켓 오픈을 하는 것과 달리 공연 장소, 시간, 스태프 등만 고지한 채 한정 기간 또는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티켓이다. 전혀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 데이트를 하는 ‘블라인드 데이트’처럼 출연진이 좋을 수도 있고 기대 이하일 수도 있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연출가 한태숙 외에 출연배우들은 공개하지 않은 채 5일간 블라인드 티켓을 판매했다. 가장 좋은 좌석인 R석에 한정해 무려 60%의 할인혜택을 줬다. 덕분에 R석 3300여석의 20%가 넘는 526석이 팔렸다. 입소문이 난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후 본공연에 들어가서도 매진이 속출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은 라인업을 공개하지 않은채 블라인드 티켓 1000매를 오픈했다. 2일권을 원래 가격인 13만2000만원에서 1일권 가격인 8만8000원에 내놓았는데, 무려 2분만에 매진됐다. 이후 진행된 일반 티켓 판매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재즈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자라섬이 젊은 층에게 인기있는 곳인데다 국내 첫 야외 뮤지컬페스티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눈치빠른 뮤지컬 팬이라면 이 페스티벌 주최측이 PL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라인업에 대한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PL엔터테인먼트는 홍광호 김선영 김우형 최민철 조정은 윤공주 등 뮤지컬계 톱스타들을 여럿 거느린 곳이다.
뮤지컬 ‘팬레터’ 역시 지난 12일 정가보다 50% 할인된 블라인드 티켓 200장을 오픈해 매진시켰다. 국내 뮤지컬계가 캐스팅에 따라 티켓 판매가 좌우되는 국내 뮤지컬계 상황에서 ‘팬레터’의 첫 블라인드 티켓 시도는 주목을 받았다. 20세기 전반 한국 문단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그동안 대본 리딩과 쇼케이스에서 호평을 얻은 바 있다.
‘팬레터’ 관계자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 자체에 주목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티켓은 지난 2011년 지산 록밸리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한 후 여러 록 페스티벌에서 흔히 쓰는 마케팅 기법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티켓 판매 가운데 1차 판매에 많이 사용된다. 라인업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티켓을 일부분 판매할 수 있어서 제작사로서는 자금을 빨리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객 입장에선 출연진을 모른 채 티켓을 사야하는 위험이 있지만 높은 할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블라인드 티켓은 공연 자체를 즐기는 관객들이 선택하는 티켓이다.
장지영 기자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2분 만에 1000장 ‘완판’… 블라인드 티켓이 뭐길래
입력 2016-08-21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