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자 돌풍 알고보니 ‘나쁜 마케팅’ 탓

입력 2016-08-21 17:11

수입과자가 판세를 넓히면서 조급해진 국내 제과업체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매출은 줄고 소비자들의 외면만 사는 역풍을 맞았다. 관세 역차별과 납품가 하락 등 가격경쟁력 약화를 원인으로 삼는 업계와는 달리 소비자들은 수입과자에 비해 떨어지는 맛과 적은 양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과시장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9년 3조5878억원이었던 시장은 2011년 4조6971억원으로 신장했지만 수입과자의 유입과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4년 3조 9249억원으로 16.4% 급락했다. 이 자리는 수입과자가 차지했다.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롯데제과, 농심,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제조업체는 수익성 개선과 제조단가 상승 등의 이유로 평균 9%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올 3월 비스킷류 등 8종의 가격을 인상한 롯데제과는 오히려 영업이익과 전체 매출이 각각 1.9%와 2.4% 감소했고, 빙과류를 제외한 제과부분 매출은 14.18% 줄었다. 크라운제과 역시 영업이익과 매출이 28.4%와 1.5% 역신장했다.

지난 7월 제품가격을 올려 상반기 실적에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농심·해태제과와 지난 2014년 이후 가격을 동결한 오리온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제과업계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을 수입과자와 다르게 적용되는 관세와 영업비용 증가로 꼽았다. 수입과자는 제과류로 한 번의 관세만 적용되지만,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하는 국산과자의 경우 각각 관세가 적용돼 제조단가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또 인건비와 판관비가 증가하면서 원가가 늘어남에도 대형마트 할인 등으로 납품가와 소비자가가 낮아져 이익을 보기 힘든 구조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가격으로 수입과자와 경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산과자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사이 빈 자리는 수입과자가 차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체 과자 수입액은 2013년 4억3630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8678만 달러로 11% 이상 증가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15.7%에 달할 정도다. 관련업계에서는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수입과자전문점이 600여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위생불량과 엉터리 성분표시에도 소비자들은 수입과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적합한 기름을 사용한 수입과자 7종과 곰팡이 독소류 등 비허용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 13종을 적발했다. 회수와 판매중지 처분을 내린 88건 중에서도 31%가 수입과자였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