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서 ‘소장파’ 목소리가 사라진다

입력 2016-08-19 04:28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른바 ‘소장파’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보수 혁신을 외쳤던 개혁 세력이 4·13총선과 8·9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세가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류 친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소폭 개각을 단행하자 당내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장탄식이 쏟아졌다. 전날 진행된 당 지도부와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쓴소리가 이어졌다. 서대문갑 당협위원장인 이성헌 전 의원은 “장관 개각에 대해 단 한 군데 신문에서도 잘한 인사라고 평가한 곳이 없는 걸 봤다. (청와대에) 쓴소리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유임 결정에 대해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 때문에 매일 떠들지 않느냐.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당협위원장인 백성운 전 의원도 “새누리당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잃었다”며 “당이 과거를 놓고 싸우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선자 신분인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소장파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미래연대, 새정치수요모임, 민본21, 아침소리 등으로 이어져 온 쇄신 모임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총선 참패 직후 ‘원유철 비대위’ 출범을 저지하기 위해 김세연 이학재 황영철 의원 등이 ‘혁신모임’을 잠깐 결성했을 뿐 현재는 와해 상태다.

쇄신의 주축이 됐던 초·재선 의원들 상당수가 친박 성향으로 변모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계고, 개혁 성향의 재선 의원들은 상당수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한 재선 의원은 “아침소리,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멤버 70∼80%가 낙선했고, 전대를 거치면서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이정현 체제’가 출범한 지 2주일밖에 안 됐으니 일단 지켜보고 기다려주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전대를 계기로 비박계 구심점이 약해지다 보니 비주류들이 숨어버렸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당 권력구조에 순응을 잘하는 인물 위주로 공천이 이뤄졌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견제 세력 없이 획일화된 목소리만 분출될 경우 당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