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1∼2단계 피해자 사용제품 ‘옥시싹싹’ 가장 많아

입력 2016-08-18 18:10 수정 2016-08-18 21:47
이정섭 환경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환경보건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위는 가습기 살균제 3차 피해자 가운데 165명에 대한 판정결과를 발표했다. 이병주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이 14명(2개 이상 제품을 복수로 사용한 경우도 포함)의 추가 사망자를 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다른 가습기 살균제를 쓰지 않고 ‘옥시싹싹’만 사용한 사람만 8명이었다. 생존자까지 확대하면 3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5명 중 31명이 ‘옥시싹싹’을 사용했다.

또한 정부는 1∼3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에서 신청자 695명(1차 신청자 361명, 2차 신청자 169명, 3차 신청자 752명 중 우선 판정자 165명) 중 258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113명은 사망했다. 남은 3차 신청자 587명과 아직 조사·판정을 시작하지 않은 4차 신청자 3031명까지 감안하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폐질환과 직접 연결된 경우로 한정되기 때문에 다른 장기 손상 등에 따른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가습기 살균제가 저지른 살인은 수백명에 이를 전망이다.

누가 피해자로 인정됐나

3차 판정에서 인정받은 피해자 중 상당수는 소아(18세 이하)다. 성인 44명 중 7명(신청자 중 15%)이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와 2단계(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았다. 이에 비해 소아는 121명 중 28명(23%)이 피해자다.

1·2단계 피해자의 연령대를 보면 0∼6세가 25%(8명)로 가장 높다. 숫자로는 7∼12세가 12명(20%)으로 제일 많다. 반면 70세 이상 12명은 모두 연관성이 거의 없는 4단계 판정을 받았다. 60∼69세 6명 가운데 2명은 1단계, 4명은 4단계 판정을 받았다.

3차 판정에서 소아 비중이 높은 것은 환경부가 소아와 사망자를 우선적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아이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부모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차 판정부터 따지면 신청자 695명 중에 절반이 넘는 357명(51%)이 소아다. 소아 신청자의 25%가량인 92명은 이미 사망했다.

‘애경 가습기 메이트’ 피해 추가 발생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싹싹’에는 유독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 있다. 피해자들은 ‘옥시싹싹’ 외에 PHMG가 함유된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3명),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5명) 등을 많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들에 비난의 화살이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또 3차 조사·판정에선 2차 때와 마찬가지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포함된 ‘애경 가습기 메이트’를 단독으로 사용한 2명이 피해자로 판정됐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1차 조사·판정에선 동물실험 결과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CMIT·MIT가 포함된 제품의 사용자는 피해자 선정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임상 결과에 있어서 CMIT·MIT가 유해성이 있다고 본다”며 2차 조사·판정부터 포함하고 있다. 2차 조사에서도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한 2명이 1·2단계 판정을 받았다. 피해자 단체 등에서 검찰 수사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어떤 보상받나

정부는 1·2단계 피해자에게 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원한다. 3·4단계는 보상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1∼3단계 피해자를 대상으로 폐와 그 이외 영향을 추적 관찰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한다.

1·2단계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지출한 의료비, 폐질환의 유효기간(5년) 동안 지출되는 의료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사망자는 생전에 사용했던 의료비와 장례비(올해 기준 248만원)를 받는다. 의료비는 올해 기준으로 최저한도액(620만원)보다 적으면 최저한도액을 준다.

또한 정부는 지난 4월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생활수당과 간병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월 126만원 이하의 최저임금을 받는 중증 피해자가 대상이다.

정부와 별도로 옥시 측은 1·2단계 피해자 배상안을 내놓았다. 정신적 피해 위자료(사망 시 최고 3억5000만원)와 치료비 등을 산정해 최대 10억원을 지급하는 안이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등 피해자 단체들은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없고, 배상액이 유럽 수준보다 낮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