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특별감찰관의 1호 수사의뢰 대상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직속기구가 ‘대통령 심복’의 처분을 검찰 손에 넘긴 모양새다. 검찰수사 강도와 범위 등은 우 수석의 사퇴 시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18일 ‘우 수석의 가족기업인 ㈜정강 운영 관련 횡령·배임 혐의와 의경인 아들 보직 변경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혐의 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수사의뢰서 및 감찰 기록 등을 대검찰청에 보냈다. 20여일간의 활동을 통해 범죄행위로 볼 만한 다수의 정황을 발견했지만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감찰만으로는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으니 검찰이 마저 규명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 우 수석과 경찰 등 관련 기관은 특별감찰관실의 활동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사 측에 누설했다는 보도로 논란이 불거지자 오히려 수사의뢰 시기를 앞당기는 강수로 ‘되치기’를 했다는 해석도 많다.
대검찰청은 수사의뢰서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2014년 특별감찰관제 도입 이후 1호 사건인 만큼 검찰로서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검찰은 청와대와 우 수석의 거취, 여론 기류 등을 살핀 뒤 다음 주 초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내려 보낼 공산이 크다. 일단 우 수석과 관련된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이 배당돼 있는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가 수사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에 따라 관련 사건을 모두 특수부로 재배당하거나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는 특별감찰관이 포착한 범죄 혐의점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비·부동산 임대 업체로 등록된 정강 관련 횡령·탈세 혐의 입증은 자금흐름 분석이 핵심인 만큼 정강에 대한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수적이다. 정강은 우 수석이 20%, 부인 이모(48)씨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 명의 자녀에게 지분 10%씩이 배분돼 있다. 법인 명의로 지출된 통신비와 차량 유지비 등을 가족이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별감찰관실은 우 수석의 아들(24)이 의경 배치 두 달여 만에 선호도가 높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전출될 당시 ‘우 상경의 인사 발령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도 ‘보직 특혜’ 제공 의혹이 있는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를 불러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감찰이 우 수석의 ‘현직 시절’ 의혹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검찰 수사는 우 수석 처가의 1300억원대 강남 부동산 거래 의혹, 처가 소유의 기흥컨트리클럽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마지막엔 수사의뢰의 직접 대상인 우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 수석이 현직 민정수석 신분을 유지하는 한 강도 높은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많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우병우 사건 배당, 특수부냐 조사부냐 ‘깊은 고민’
입력 2016-08-18 17:48 수정 2016-08-18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