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조사와 판정을 담당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딘 조사·판정 작업 때문에 3600여명에 달하는 신청자는 내년 12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환경부는 18일 “‘4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를 요청한 인원이 현재까지 3031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3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4차 피해조사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접수하며 내년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3차 피해조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3차 피해조사는 지난해 2∼12월 신청자 752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시작됐다. 8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20% 정도에 불과한 165명만 조사·판정 작업이 마무리돼 18일 결과가 통보됐다. 나머지 587명은 내년 12월 31일 완료될 예정이다.
확인 작업이 더딘 이유는 서울아산병원 1곳에서만 조사와 판정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병원 영상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내과 병리학과 등 교수 10명이 조사·판정 작업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수도권 대형병원 5곳, 지방 종합병원 3곳 등을 추가 선정해 조사·판정 병원을 9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개월 넘도록 병원을 추가하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며 9월에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 이후에도 병원 간 판정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 등이 필요해 실질 업무는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 말까지 조사·판정 작업이 마무리될지도 미지수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여부가 명백하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인원은 대부분 1∼2차 조사에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3·4차 피해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 확정 숫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범위가 재설정되는 것이다. 정부는 산모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을 때 태아에게도 영향을 끼치는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이외에 간이나 비강 등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해 지난 5월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폐 이외 다른 피해가 확인된다면 조사 범위나 판정 기준 등이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말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언제 조사가 마무리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
아산병원 1곳서 조사… 아직 3600여명 밀려
입력 2016-08-18 18:08 수정 2016-08-18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