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범벅된 채 울지도 못하는 시리아 아이

입력 2016-08-18 18:18

무슨 일이 있었던지는 알고 있을까. 포탄 터지는 소리와 집이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온몸에 쏟아진 잔해. 그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이 상황이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나 있을까. 아이의 눈빛과 표정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됐을까.

5년째 내전이 진행 중인 시리아에서 17일(현지시간) 폭격 현장에서 간신히 구조된 소년의 사진이 전 세계 네티즌을 안타깝게 했다.

옴란 다크니쉬(5·사진)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구조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정부군이 이날 밤 알레포를 폭격한 직후다. 구조대원들은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가까스로 다크니쉬를 찾아 앰뷸런스 의자에 앉혔다.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됐고, 건물 잔해에 부딪혀 얼굴은 부어있다. 신발은 온데간데없이 맨발이다. 특히 당시 충격적인 상황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듯 넋이 나간 표정이다. 다크니쉬는 울지도 않았다.

반군 매체인 알레포 미디어 센터(AMD)가 공개한 영상에서 캡처한 이 사진은 전 세계 네티즌에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5년간 계속되는 전쟁의 참상을 여실히 드러낸 이 사진을 계기로 시리아 내전이 조속히 끝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쇄도했다.

심지어 다크니쉬가 지난해 9월 지중해 해안가에서 배가 전복돼 숨진 채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소년 에일란 쿠르디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