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총집결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업적과 뜻을 기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야권 인사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문재인 전 대표 등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추도식장을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전 의원은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분을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유족 대표로 인사했다. 박 비대위원장과 추미애 의원 등은 추도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육성 영상메시지를 시청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호남 출신인 이 대표도 추도식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호남의 위대한 정치지도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제) 정치의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후 “국민을 네 편 내 편으로 나누고 가르는 편 가르기 정치가 우리나라를 멍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며 “이럴 때 김 전 대통령이 했던 통합의 정치와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도 “(현재) 남북관계와 외교문제, 경제문제,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이럴 때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고 했다.
두 당으로 갈라진 채 ‘DJ 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어색한 조우 장면이 포착됐다. 추도식장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서로에게 미국 여행과 네팔 여행 등에 대해 가볍게 물었을 뿐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전당대회 논란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도 추도식에 앞서 짧은 인사만 주고받았다.
한편 문 전 대표가 추도식장에서 내년 대선과 관련해 야권연대·야권통합 필요성을 언급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문 전 대표가 야권통합을 거론한 것은 4·13총선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다들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저희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요구로 해석될 수 있어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이 조기 점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통합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문 전 대표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공식 제안도 아니고, 왜 꼭 뒤에서 이런 식으로 찬물을 끼얹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올해 초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크게 출렁였던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이 달가울 리 없다. 게다가 강연정치 등으로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안 전 대표가 후보 단일화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bi.co.kr, 사진=이병주 기자
여야 거물 총출동… DJ 생전 업적·뜻 기려
입력 2016-08-18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