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떠난 듀공 돌아오길”… 한국, 比 기마라스 어민 염원 지원

입력 2016-08-18 18:42
필리핀 기마라스주 해안가에 설치한 다리와 초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듀공도 돌아오겠죠?”

필리핀 기마라스주의 어민 메이로 램피톡(54·여)씨는 17일 눈물을 흘렸다. 해양보호구역(MPA)을 관리할 시설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마라스주 동부 센로랜조시와 시부낙시 해안가에 MPA를 지키기 위한 경비초소가 문을 열었다. 한국 해양수산부와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여수프로젝트의 결실이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해양생물다양성이 가장 우수한 산호삼각지(Coral Triangle)의 중심에 있다. 특히 기마라스섬은 맹그로브 숲과 해초류, 해조류, 산호초 등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바다 박물관이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인 듀공의 서식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민의 남획과 2006년 유조선 솔라1호 침몰 당시 석유 유출로 듀공은 사라졌다.

기마라스주는 한국 정부에 MPA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해수부와 여수재단의 지원으로 지난해 ‘필리핀 연안지역 재해 예방 및 위험관리 역량 강화사업’을 시작했다.

이곳 어시장에는 성어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되는 실꼬리돔, 홍치 등이 갓 잡혀와 있었다. 명정구 KIOST 박사는 “성어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치어를 모두 잡는다”면서 “해양보호 활동과 교육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KIOST는 5억원을 들여 바닷가에 길이 300∼350m 대나무 다리를 만들고 다리 끝에 경비초소를 세웠다. 4명의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감시선도 마련했다. 한국의 통영해상과학기지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이윤호 KIOST 전략개발실장은 “지역 발전과 지역 주민들의 복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필리핀 전역에 해양자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프로젝트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참여 104개국 중 해양 보호가 필요한 나라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필리핀 외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사모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서 진행 중이다. 대학 4년을 빼고는 평생 바닷가를 떠나지 않은 램피톡씨는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어선들이 우리 지역에 와서 어종을 모두 가져갔다”며 “우리 후손을 위해 바다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마라스(필리핀)=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