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 정치’가 북한 특권 계층 전반을 겨누고 있다.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등 해외 근무자의 탈북이 잇따르면서다. 북한 고위층의 이반이 가속화되면서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보 당국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태 공사와 식당 종업원 등 해외 근무자의 탈북 소식을 전해 듣고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재외공관과 북한식당 등 해외 소재 기관에 검열단을 파견해 추가 탈북을 막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18일 “관련 동향이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근무자의 무단이탈을 엄격히 금지하는 한편 이들의 가족을 북한으로 송환해 ‘볼모’로 삼는 조치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 정보를 접해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도록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을 통제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 해외 공관원 사이에선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탈북을 막지 못한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관계자들을 고사총으로 잔혹하게 처형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 행정부가 자신에 대해 인권 제재를 가하자 분노해 권총을 난사했다고도 한다.
해외여행이 엄격히 통제된 북한 체제 특성상 해외 근무자는 특권 계층에 속한다. 일반 주민은 외교관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중동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해외 노동자로도 선발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금수저’들의 동요가 심화되면서 체제 붕괴의 불안감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고위층의 탈북은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던 1997년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망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장기간 소강상태가 이어져 왔다. 태 공사는 2000년대 들어 탈북한 인사 중 직급이 가장 높아 이번 일을 계기로 고위층의 연쇄 탈북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 위원장은 권력을 이어받은 뒤 민생을 강조하고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북한 체제가 안정 상태임을 과시해 왔다. 하지만 이런 안정은 고위층에 대한 도를 넘는 공포 정치로 이뤄낸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회의석상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처형하는 등 숙청과 처형을 반복해 왔다.
이런 통치 방식이 도리어 체제 불안정을 키우는 모양새다. 북한 체제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핵심계층의 마음을 잃을 경우 김 위원장의 권력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 내부 결속에 금이 갈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고위급 엘리트 몇 명이 탈북했다고 해서 김정은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면 매우 성급한 판단”이라면서 “북한은 아직까지 소규모의 조직화된 시위도 불가능할 정도로 억압기구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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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김정은 분노… 해외기관에 검열단 파견
입력 2016-08-18 17:41 수정 2016-08-18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