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11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다음 달 4일부터 9일까지 중국 항저우,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 라오스 방문은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기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 등 당면 현안을 집중 논의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은 이미 확정됐다.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 관련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G20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미·중·일·러 정상들과의 연쇄 정상회담 또는 면담, 조우 등을 통해 북한·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다.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석(9월 2∼3일), G20 정상회의(9월 4∼5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EAS(9월 7∼8일) 등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의 장이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이어 시 주석과 회담을 하게 되면 사드 배치 문제와 북한·북핵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는 국민 안위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이며,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는 의미다. 사드 배치 논의 및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정상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또 중·러 정상에 최근 심각해지는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을 언급하고 북한 변화를 위한 더욱 강력한 압박에 나서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 EAS에 참석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별도의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사실상 마지막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두 정상은 그동안의 굳건한 한·미 관계를 평가하는 한편 대북억지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여러 정상회의 기간 이뤄지는 양자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이번 연쇄 다자정상회의에 대부분 같이 참석한다. 따라서 별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두 정상은 여러 기회에 면담을 통해 대북 압박을 위한 한·일 및 한·미·일 공조, 위안부 합의의 충실한 이행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 여부도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반 총장이 이미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두 인사의 만남 자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러·중 방문… ‘사드 설득’ 정상외교 나선다
입력 2016-08-18 18:18 수정 2016-08-18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