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은 88세, 최연소는 41세. 75명으로 구성된 한국목사합창단. 이 합창단은 창단 이후 줄곧 매달 둘째 주 목요일이면 안양 동은교회 등지에 모여 호흡을 맞춘다. 낮 12시까지 교회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월례회를 가진 뒤 2∼3시간 합창 연습을 한다.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나 대구 등지에서 KTX나 승용차를 타고 상경하는 이도 적지 않다.
지난 1996년 창단된 이 합창단은 지난 5월 19일 서울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에서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사도신경’을 시작으로 ‘거룩한 주’ ‘선하신 목자’ ‘주의 사랑 안에서’ ‘천국의 주님’ 등을 노래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단원들이 목회 때문에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게 한계다. 20주년 공연도 원래는 모든 곡을 암송하려고 했는데 가사를 다 외울 수가 없었다. 결국 악보를 보며 노래해야 했다.
목사들의 합창 20년…세계 곳곳에서 펼친 찬양 무대
합창단이 20년간 펼친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 공연이다. 합창단은 2000년 태국에서 음악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그간 독일 중국 싱가포르 캄보디아 대만 필리핀 등지에서 공연을 개최했다. 합창단이 지금까지 공연을 열었던 해외 국가는 11개국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콘서트를 열었다. 합창단 이름을 내건 음반도 2장이나 발표했다.
“목사들끼리 모여 합창단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목회 하느라 바빠서 연습할 시간도 별로 없거든요. 그런 만큼 목사 합창단이 20년간 유지된 건 대단한 일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해요. 각 교단마다 목사 합창단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목회자에게 큰 ‘힐링’이 될 겁니다. 아쉽긴 했지만 2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합니다.”
최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제일교회에서 만난 설삼용(75) 목사는 이같이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안양제일교회 원로목사인 그는 이 합창단 창단을 주도했고 초대 단장을 맡았다. 2대와 3대 단장은 다른 목회자가 맡았지만 주변의 강권으로 99년부터 다시 단장을 맡아 지금까지 합창단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합창단을 3년 유지하기도 힘들 거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며 “합창을 통해 하나님 뜻을 세상에 전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설 목사는 계명대(교육학과), 장로회신학대학원을 나와 6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한남대 교목실장을 거쳐 80년 안양제일교회에 부임했다. 그가 합창단 창단에 나선 건 장신대 총동문회장을 맡았던 96년 초였다.
“찬양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목사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목사 합창단이 드물어요. 어릴 때부터 찬양하는 걸 좋아했기에 제가 직접 나서서 합창단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그해 5월 14일에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목회자 50명 정도가 모여 시작했습니다.”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어요. 현지 동포들이 우리들의 찬양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들 역시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해외 동포들이 그러더군요. 목사들로만 이뤄진 합창단 찬양을 들으니 큰 은혜를 받는 것 같다고요.”
합창단 거쳐 간 목회자만 200여명…“올해까지만 단장직 맡을 것”
설 목사는 한국목사합창단이 ‘비커 코럴(Vicar Choral)’의 전통을 잇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종교개혁(1517년) 이전까지 합창은 사실상 훈련받은 사제, 즉 목사들의 전유물이었다. 비커 코럴은 ‘목사 합창’을 가리키는 용어다.
“목사들 중에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노래를 잘하면서 악기도 잘 다루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런 목회자들이 실력을 썩히지 말고 한자리에 모여 합창을 했으면 좋겠어요. 합창을 하면 서로 연합하고 화합하는 게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실감하게 되거든요.”
그동안 합창단을 거쳐 간 목회자는 200명이 넘는다.
설 목사는 2006년 합창단의 10년 역사를 정리한 ‘한국목사합창단 10년사’를 발간한 적이 있다. 그의 계획 중 하나는 올해 안에 합창단 20년사를 정리한 책자를 내놓는 것이다. 그는 “20년간 합창단을 위해 전력투구했다”며 “20년사를 발간한 뒤에는 단장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저는 단장이면서 동시에 베이스 파트를 맡은 단원이기도 합니다. 단장직에서는 내려오지만 단원으로서의 활동은 계속할 거예요. 오는 11월에는 태국에서 공연을 열 건데, 기대가 큽니다. 저희들이 처음 해외 공연을 펼친 국가가 태국이었잖아요? 다시 태국 가서 찬양을 하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 거 같아요(웃음).”
안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목사들만의 찬양 들으면 더 큰 은혜 받는대요”
입력 2016-08-18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