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축구광이었다. 이탈리아 축구선수 알레산드로 알토벨리의 열렬한 팬이었다. 아들이 태어나자 아예 이름을 알토벨리 다 시우바로 지었다. 그런 아버지는 이혼한 뒤 집을 나가 버렸다. 어린 다 시우바는 브라질 상파울루 교외 빈민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았다. 집이 없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길에서 보냈고,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걸도 했다. 주위 사람들은 이름만 거창한 그를 업신여겼다.
다 시우바(사진)가 17세 되던 해였다. 슈퍼마켓 광고지를 돌리던 그는 우연히 10㎞ 마라톤 대회를 알리는 포스트를 봤다. 1위 상품은 자전거였다. 자전거가 있으면 편하게 전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마라톤의 ‘마’자도 몰랐던 그는 뜻밖에 33위에 올랐다. 연령별 1위였다. 그러나 그는 원했던 자전거를 얻지 못해 실망했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대회 관계자는 그를 시청 육상 지도자에게 소개했다. 다 시우바는 매달 200헤알(약 6만9000원)을 준다는 말에 전단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육상을 시작했다.
올해 25세인 그는 당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장거리 5000m와 1만m 출전을 목표로 훈련했다. 하지만 참가 표준기록을 넘지 못해 3000m 장애물로 종목을 바꿨다. 그는 이 종목에서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며 두 번째 레이스 만에 참가 표준기록을 넘었다. 이때가 불과 리우올림픽 개막 석 달 전이었다. 그가 결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결선에 진출했다.
다 시우바는 17일(현지시간) 열린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에서 11명 중 9위를 기록했다. 브라질 관중은 기적을 일군 다 시우바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브라질 육상선수가 이 종목 결선에 진출한 것은 20년 만이었다.
다 시우바는 예선전 레이스를 마친 뒤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식당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얻어먹던 초라한 삶을 기억하며 트랙을 돌았다”고 말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알토벨리라는 그의 이름을 비웃는 사람은 이제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빈민가 출신 다 시우바, 브라질 육상 역사를 바꾸다
입력 2016-08-18 18:06 수정 2016-08-18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