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괜찮아…] 첫 출전에서 銅… 2020년 대회 기대된다

입력 2016-08-18 18:31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김태훈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예상치 못한 패배에 고개를 숙였지만 곧바로 일어나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앳된 얼굴의 김태훈(22)은 태권도 종주국의 국가대표이자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랭킹 2위였다. 모두 유력 금메달리스트로 꼽았다. 그래서 더 허탈했다. 올림픽 첫 경기에서 올림픽랭킹 64위 타윈 한프랍(18·태국)에게 역전패하자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굵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절치부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패자부활전에서 호주를 꺾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전부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김태훈은 17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멕시코의 카를로스 루벤나바로 발데즈를 7대 5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도쿄올림픽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할 수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땀에 젖은 얼굴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김태훈은 흔히 그렇듯 초등학생 때 태권도를 시작했지만 흔치 않게 세계적 선수로 거듭났다. 동아대 신입생 시절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2013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이름을 알렸다. 청소년 대표조차 해보지 못한 그가 단숨에 세계적 선수로 우뚝 선 것이다.

오랜만에 나타난 ‘경량급 스타’였다. 김태훈은 2014년 우즈베키스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을 석권한 뒤 2015년엔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멕시코 그랑프리파이널에서는 올림픽랭킹과 세계랭킹 동반 1위인 이란의 파르잔 아슈르 자데 팔라를 꺾고 리우올림픽 자동출전권을 확보했다. 키가 183㎝에 달하는 그는 긴 다리로 상대의 머리를 노리는 고(高)타점 플레이로 승리를 이어갔다.

이번이 첫 올림픽이었던 만큼 김태훈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대표팀 막내인 그는 이번 대회를 평가하며 “국제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올림픽에 오니까 긴장이 많이 됐다. 시야도 넓게 보지 못하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대회를 경험했으니까 앞으로 더 긴장하지 않고 잘할 수 있다. 힘든 것을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미를 묻자 “컴퓨터 게임만한 것이 없다”고 답하는 그는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이기 전에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숱한 메이저 대회에서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그는 단 한번 삐끗한 올림픽에서도 다시 일어나 결국 메달을 손에 쥐었다. 2020 도쿄올림픽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로 꼽히는 이유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