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혐오 트윗 SNS 점령

입력 2016-08-18 18:16
지난달 14일 프랑스 니스 테러 현장. 테러범은 이 트럭을 몰고 관광객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AP뉴시스

이슬람을 혐오하는 트윗이 지난달 절정에 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8일 보도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니스에서 자행한 트럭테러 때문에 ‘증오 트윗’이 폭증했다.

영국 싱크탱크 데모스는 지난 3∼7월 전 세계에서 영어로 작성된 트윗 중에서 특정 단어 검색을 통해 이슬람 혐오 트윗을 추려냈다. 4월에 하루평균 2500개 수준이던 증오 트윗이 7월에는 7000개로 치솟았다. 특히 니스 트럭테러 다음 날인 7월 15일에는 2만1190개로 일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스 테러는 휴양지에서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을 대형 트럭으로 덮친 사건이다. 85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신종 테러로 SNS에서 반(反)이슬람 정서가 들끓었다.

터키에서 군부 쿠데타가 진압된 직후인 지난달 17일에도 이슬람 증오 트윗이 1만610개나 올라왔다. 세속주의 회복을 추구하는 터키군 일부 세력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독재에 반발해 봉기했다가 패퇴했다.

프랑스 북부의 한 성당에서 IS를 추종하는 10대 청년들이 80대 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7월 26일에도 증오 트윗이 1만개에 육박했다.

데모스의 리서치 책임자 칼 밀러는 “이번 트윗 조사 결과는 일반인의 IS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전체 이슬람 세계를 향한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IS의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확산되는 반이슬람 정서는 IS와 무관한 많은 무슬림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런던에 사는 무슬림 여대생 러콰이야 해리스(23)는 “니스 테러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항상 이슬람과 나를 모욕하는 SNS 메시지를 받는다. 내가 희생자에게 위로의 뜻을 전할 때조차도 그렇다”고 말했다.

여성 무슬림 작가를 소개하는 온라인 잡지 ‘시스터후드’를 창간한 디얀 칸은 이슬람 전체를 모욕하는 행위를 자제시키는 것에 그치지 말고 현상의 숨겨진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첫 번째 공격 목표가 (서구인이 아니라) 다른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서구인은 모르는 것 같다”면서 “평범한 무슬림이 수십 년 전부터 야만적인 조직의 영향권에서 고통받아왔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