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90세 생일인 17일 웨이보와 웨이신 등 중국 SNS는 생일축하 물결로 들썩였다. 당국이 장 전 주석의 팬클럽이 주최하려던 생일잔치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온라인 축하물결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뒤늦게 당국은 장 전 주석과 관련한 검색을 차단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 대한 불만이 장쩌민 시대를 그리워하는 향수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자(長者·웃어른) 90세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18일 중국 당국의 검열로 장 전 주석과 관련된 게시물이 거의 사라졌지만 간신히 남은 몇몇 생일축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SNS에는 전날 수만 건의 축하 글이 올라왔다. 장 전 주석에게 ‘장자’라는 별칭을 안겨준 홍콩의 전 방송기자 장바오화는 장 전 주석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케이크를 든 사진을 올렸지만 삭제됐다. 장바오화는 2000년 장 전 주석에게 ‘버릇없는’ 질문을 했다가 “오늘 ‘장자’로서 한마디 하겠다”는 질책을 들었다.
BBC중문망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장 전 주석의 생애를 연구하고 말과 행동을 모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두꺼비를 닮은 장 전 주석을 위한 팬클럽 ‘하쓰(蛤絲·두꺼비클럽)’도 결성됐다. 한 회원은 “이전에는 장자를 풍자하고 조롱했지만 이제는 경배한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의 인기는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하는 시 주석의 1인 체제에 대한 불만을 반증한다. 중국 현대사학자 장리판은 “불만을 직접 표현할 수 없는 국민이 이전 지도자를 추억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생각을 밝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반부패 운동으로 호랑이(고위급 부패관리)를 때려잡아 민심을 얻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반부패에서 얻은 이득이 별로 없고, 특권세력은 조세피난처로 재산 숨기기에 급급하다. 더욱이 국민은 반부패 운동 배후에 권력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장 전 주석을 두꺼비로 칭하며 열풍에 불을 지폈던 장쑤성의 한 블로거는 “장 전 주석은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황제가 아닌 보통사람을 최고지도자로 가진 인간적인 국가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간 우스꽝스러운 지도자가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지도자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의 문학·예술계에 대한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사상과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것도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BBC중문망은 “장 전 주석은 문화적 소양이 가장 높았던 지도자”라며 “서방과의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도 장쩌민 시대였다”고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장쩌민 인기로 폭발한 ‘시황제’ 향한 불만
입력 2016-08-19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