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되고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암담했다. 국가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중 가장 꼴찌였다.
통신 자동차 정유 은행 전기 카드 항공 주택 등은 국민 누구나 공기나 물처럼 필수불가결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공공소비재이다. ‘공영화’를 통해서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적절한 가격통제를 하는 정책을 펼쳐야 된다는 것은 외국의 사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민영화 시킨 것도 모자라 독과점 시장으로 보호해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셈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휴대폰을 인구수 기준으로 국민이 5000만대를 보유하고 있다 가정했을 때 자동차 1대를 외국보다 근거 없이 100만원 비싸게 팔았다면 그 금액은 얼마나 될까. 휴대폰 1대당 통신비를 1년에 10만원씩 10년간 바가지를 씌웠다면 그 가계의 피해액은 어느 정도일까. 각각 5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다. 다시 말해 어마어마한 돈이 독과점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독과점은 독이다.
대내외 환경을 잘 파악한 후에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19대 국회에서 의정활동 내내 “정부가 격차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고,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9’ ‘88’은 대한민국 경제구조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이들 중소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88%를 만들고 있다. 내가 이스타항공사를 창업한 것은 항공산업과 노선의 독과점을 깨뜨려 국민 누구나 저렴하게 실용적으로 항공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 뒤에는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낙후된 지방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싶다는 촌놈의 바람이 있었다.
국회에 입성하면서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은 재벌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비합리적으로 책정하거나 부당하게 반품할 경우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었다. 두 번째 발의한 법안은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규제를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었다. 이후에도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서 을(乙)의 눈물을 닦아 줄 ‘대리점법’을 대표 발의했다. 자영업을 하는 분들은 세금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더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반값으로 인하하는 정부의 약속이행을 끌어냈다. 신용카드의 매출채권을 신용카드사 이외에 은행에서도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위 법안들의 공통점은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들이다.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 올바른 판단력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세상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국민들이 팍팍한 삶 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구했다. 다행히 법안발의 결과는 좋았다. 국회의원에서는 물러났지만 기업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역경의 열매] 이상직 <10> 국민에게 희망 주는 입법에 의정활동 초점
입력 2016-08-18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