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한밤을 뜨겁게 달군 리우올림픽이 어느새 정점에 다다랐다. 이제 올여름 무더위와 함께 성화의 불꽃은 사윌 것이다. 온갖 악재로 안전한 올림픽 개최에 의구심을 부추겼던 리우올림픽은 막바지에 이르면서 성공적인 개최를 조심스레 예견한다. 근심 중 다행이다. 개막 직전까지 축제 당사자인 브라질 국민의 기대는 미적지근하였다. 늪에 빠진 듯한 경제 악화와 정치적 혼란으로 개최국의 명예는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7년 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리우가 선정됐다는 소식에 환호했던 상황과 너무나 달랐다. 개막 이틀 전에도 분노한 시위대가 올림픽 성화행렬을 훼방할 정도였으니 글로벌 축제를 앞두고 브라질 당국이 노심초사할 만하였다.
사실 올림픽이 성공작으로 끝나도 브라질 정국은 안심할 수 없다. 올림픽 직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최종 표결에 부쳐진다고 하니 잔치 끝이 볼썽사납다. 2년 사이로 월드컵과 올림픽을 연달아 치르면서도 세기적 이벤트를 대박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리우올림픽에 대한 불안을 걷어낸 것은 기대 밖 개막식 덕분이다. 마라카낭 축구전용 경기장을 축제마당으로 바꾼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솜씨는 베이징이나 런던에 비해 10%에 불과한 저비용으로 고품격의 드라마를 연출하였다. 물론 화려한 장식이나 고가의 설비는 없었으나 브라질 특유의 메시지와 삼바축제가 결합하였다.
환경 메신저를 자임한 개막식은 기후변화의 다급함을 알리려는 주제의식 때문에 빛났다. 세계의 허파 아마존을 품은 나라답게 자연과 숲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이다. 기수 곁에 동행한 나무화분을 든 어린이, 참가한 선수들이 심은 씨앗으로 미래의 숲을 가꾼다는 이벤트는 환경올림픽을 지향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복을 입은 환경경찰도 돋보였다. 모두 4개국 출신 열 명의 선수로 구성된 첫 난민팀이나 올림픽 사상 최초로 휠체어를 탄 이란의 여성 기수도 감동이었다.
리우에는 두 개의 랜드마크가 존재한다. 거대한 빈민촌 파벨라와 코르코바두 산 정상에 있는 예수상이다. 개막식 무대는 현란한 색과 율동으로 파벨라를 조명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드리운 무거운 그늘과 어둠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100년 전 리우 시민의 성금으로 우뚝 세워진 예수상의 넓고 따뜻한 어깨는 희망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올림픽 기간 내내 브라질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수면 아래로 잠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당장 2년 후 동계올림픽을 앞둔 대한민국 평창의 경우, 리우의 불안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산골도시이기에 더더욱 국가의 과보호가 요청되는 평창올림픽은 경제효과 따위로 포장하기에는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 이미 환경파괴는 전제된 일이며, 대회 후 치러야 할 관리비용을 벌써 염려할 정도다. 사실 군민이든, 국민이든 겨울 스포츠를 즐겨본 적이 없으니 상황은 불보 듯하다.
게다가 급조된 산골 시설에 세계인의 주목을 끌 만한 랜드마크가 있을 리 없다. 다만 리우에서 여자 기계체조에 출전한 남한선수 이은주가 같은 조의 북한선수 홍은정과 셀카를 찍는 모습이 세계의 유난한 시선을 끌었던 점에 주목한다면 주제의식은 가능하다. 이를 보고 CNN은 “남북 체조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잠시나마 하나로 뭉쳤다”고 전했고, 미국인 정치학자 이언 브레머는 “이것이 우리가 올림픽을 하는 이유”라고 트윗을 날렸다.
이제라도 남북관계 회복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랜드마크를 그려낸다면 한반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알려줄 청신호가 되지 않을까? 무더위에 두루 시름 덜기를 소망한다.
송병구 색동교회 담임목사
[바이블시론-송병구] 리우의 불안, 평창의 근심
입력 2016-08-18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