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교수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본관 점거로 시작된 이대 사태가 교수들의 사퇴 요구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비대위는 교수협의회 공동회장단(김혜숙·정문종·정혜원) 3명과 공동회장단이 위촉한 교수 8명으로 구성됐다. 화학신소재공학과 김용표 교수, 관현악과 배일환 교수 등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이날 자정까지 교수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기명 서명을 받았다. 18일 찬성 교수들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최 총장은) 소통 부재와 일방적 리더십으로 현 사태를 초래하고 공권력까지 투입함으로써 이화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학생들의 자존감과 교육자인 교수들의 권위를 실추시킨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이화가 어떤 가치와 명예를 지켜야 하는지, 총장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망각했다”며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학생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본부의 무능에 절망했다”고 비난했다.
비대위가 ‘총장 사퇴’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학교와 학생, 졸업생, 교수들 사이에서 분열 양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최 총장과 학생들은 서로 본관 점거 해제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추후 기물파손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교수협의회 게시판에는 농성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졸업생들은 총장 사퇴를 반대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비대위 측 관계자는 “학교 본부가 사태를 해결하고 학생들을 이해시키려는 현실적 ‘액션 플랜’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사퇴가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성 중인 학생들도 9차 성명서를 내고 최 총장을 압박했다.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대면을 요구하는 한편 서면 대화에는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학교 측의 태도를 규탄한다”며 “총장의 조속한 결단을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이대 교수비상대책위 “최경희 총장 사퇴해야” 성명
입력 2016-08-1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