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제내성결핵 1000명분 치료약 북한에 보낸다”

입력 2016-08-17 21:08
인세반 유진벨 재단 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시계를 들어 보이며 북한의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의 시기적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유진벨 재단(회장 인세반)은 정부로부터 오는 11월 북한 다제내성결핵 환자 1000명에게 사용할 의약품 및 물품 선적을 위한 반출 승인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선적될 물품엔 치료 장비와 병동 건축자재 등이 포함된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재단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 결과를 보고했다. 재단에 따르면 인세반 회장은 이달 초 평양을 방문, 북한 내 12개 치료센터에서 의약품 분배 및 보관 상태를 확인했으며 올 11월과 내년 5월에 방북하기로 북한 보건성과 합의했다.

재단은 지난 3월 정기 방북이 한 달여간 지연되면서 신규 환자를 치료할 수 없게 돼 다제내성결핵을 앓는 북한 주민 일부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18∼24개월간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약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사망할 뿐 아니라 내성이 더 강한 결핵을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매년 새로운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4000∼5000명 규모로 발생하는데 현재 재단의 치료 인원은 북한 서쪽 지역 1000명뿐이다.

질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북한 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재단은 우리 정부에 북한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 사업 확장과 2∼3년 치 의약품 반출 승인 허가를 요청했다.

인 회장은 “대부분의 한국인은 전쟁이 없다면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지속돼도 괜찮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물리적 충돌이 없는 현 상태에도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 국민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재단은 미국 정부에 대해 다제내성결핵 진단장비인 진엑스퍼트 사용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 내 진엑스퍼트 사용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