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자녀는 행복합니까

입력 2016-08-21 17:07
최근 한 기관이 12개 나라의 8, 10, 12세 아이들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모든 연령대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교에 진학하는 시기인 12세의 행복도는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 갈 걱정을 하느라 맘껏 놀지도 못하고, 국·영·수 점수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산다. 출구처럼 보이는 대학에 어찌어찌해 진학을 해도 이 역시 출구가 아님을 직시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공부와 창의가 별개가 된지도 오래이며, 공부를 잘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인성은 그저 구호일 뿐이다. 부모보다는 학부모로, 아이보다는 학생으로 살고 있는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볼 때마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란 말이 절로 나온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이보다 더 길고긴 시간을 공부에 매진한다. 오로지 공부에 매달려 청춘을 쏟아 부은 덕에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매번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1∼2위를 다툰다. 그러나 가장 우수한 상위 1분위 학생들끼리 비교할 경우 우리의 순위는 20위권으로 급락한다. 미친 듯이 공부하지만 그다지 잘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선행(先行)의 압박을 받고, 맘 편히 잠조차 자지 못하는 ‘과잉 속 결핍’의 현실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모든 아이는 세상에 딱 한 명이다! 그 누구도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내 아이들이다. 하지만 나라의 교육은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한 사이즈에 맞춰져있고, 아이들은 그 구두에 맞게 자신의 발 크기를 줄이느라 피를 흘리는가 하면, 헐렁한 구두를 신고 엉성하게 걷느라 오늘도 행복하지 않다. 공부는 더 이상 학업이 아닌 노동으로 치닫고 있고 아이들은 자신의 흥미와 재능에 상관없이 공부로 좌절하고 공부로 소진된다.

부모의 교육열은 언제나 뜨겁지만 아이들의 학구열은 왠지 싸늘하게만 느껴진다. ‘더, 더, 더’에 익숙해 무엇을 하지 않을 때보다 무엇을 하고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처방의 쉼표가 필요하다.

오늘 우리 아이에게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어보자. 지금 우리 교육은 안녕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기순 인천대 교수